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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May 23. 2022

29화 나이차도 편견도 뛰어넘는 사랑


"뭐? 8살이나 어리다고?"


몇 년 전, 1년 가까이 사귄 남친의 존재를 알게 된 어머니는 상대의 나이를 듣더니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아직 세상 물정 모를 텐데... 너무 어린 애랑 사귀는 거 아냐?"

"그 나이면 알만한 건 다 알아요."


나이가 너무 많아도 걱정, 비슷해도 조건이 안 맞을까 봐 걱정, 나이가 너무 어려도 걱정인 나의 어머니. 하지만 연애는 어머니가 아니라 내가 하는 것이다!!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며 소위 '골드 미스'로 불리는 지인이 있었다. 나이는 많지만 경제력도 있고 생활력도 강한 편이었다. 그녀한테 결혼하자며 매달리던 남자가 있었는데... 나이 차가 무려 14살이었다. 주위에선 연애까진 괜찮지만 결혼은 무리라며 적극적으로 말렸단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결혼했고, 직장생활을 원치 않았던 남자는 근무시간이 비교적 자유로운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단다. 낮에는 열심히 일하고, 저녁엔 남편을 외조하며 진정한 사랑의 힘을 보여준 그녀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것 같다.


얼마 전, 모임에서 알게 된 지인 B가 있다. 특유의 붙임성과 재치로 사람들한테 인기가 제법 있었지만, 지난 사랑의 상처 때문에 연애를 망설이고 있었다.

"그래도 좋은 인연 만나면 생각이 바뀔 거예요."

그러던 그가 모임 활동이 뜸하기에 일 때문에 바쁜 거라고만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중고차를 장만했단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아무리 자차가 필요했다고 해도 며칠 만에 덜컥 차를 구입하다니...'

하지만 애삼이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을 거라고 했다.


"OO 연애한대요. 같은 동호회 사람이랑. 그것도 애 있는 여자랑요."

평소에 B와 절친이었던 애삼이가 흥분하며 소식을 전했다.

"뭔가 수상하다 싶었는데... 잘됐네요. 근데 애 있는 여자라니... 의외네요. 대단하기도 하고요."


그 후, 그들과 나들이를 다녀온 적이 있다. 전부터 서로에게 호감이 있었던 그들은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며칠 만에 B가 고백해서 사귀기로 했단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역시 B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위의 편견도 그렇고, 서로의 환경도 달라서 결혼은 무리이지 아닐까 싶었다.


"두 사람, 살림 합치기로 했대요."

"그럼 결혼하는 거예요?"

"결혼식 없이 동거부터 하기로 했대요. 그리고 조만간 집들이도 할 거래요."


초등학생 딸이 있는 B의 연인은 성격도 밝고 무엇보다 B를 많이 사랑한다. 자신의 처지 때문에 용기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같은 여자로서 존경스럽다.


언젠가부터 여자가 연상인 커플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나 역시 동갑부터 8살 연상, 8살 연하까지 연애 상대와의 나이 차가 큰 편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많다고 성숙한 것도, 나이가 어리다고 철없는 것도 아니다. 지나치게 나이에 의존하는 우리 문화는 연애나 결혼에 대한 편견의 벽을 견고하게 만들었고, 그 벽을 넘기 위해 오늘도 많은 연인들 혹은 부부들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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