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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un 02. 2022

31화 나무꾼 말고 사랑꾼


"생일 자정에 가장 먼저 달님한테 축하받고 싶었어요."

 2021년 10월 12일 오후 11시 40분경, 애삼이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제 곧 생일이네요."

"축하 노래 듣고 싶어요."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소원이 간절해 보여 들어주기로 했다. 그는 나의 동의를 구하고 녹음한 뒤, 지금까지 알람이나 벨소리로 사용 중이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그의 알람이나 벨이 울릴 때마다 놀라는 한편, 피식 웃게 된다. 그날 일이 떠올라서.




연애가 일상이자 현실인 사람들한텐 사랑도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존재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연애가 절실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강한 사람들에겐 사랑이 인생의 중요한 목표이다. 애삼이가 그랬다. 스스로 사랑꾼을 자청하며 틈날 때마다 애정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그는, 귀여움이 가장 큰 매력인 남자다.


"그의 어떤 부분에 반했어요?"

애삼이의 지인들과 첫 만남에서 누군가 던진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귀여움'이라고 답했다.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예쁜 여자' 안에 많은 요소가 포함되는 것처럼, 여자들이 칭하는 '귀여운 남자'에도 다양한 의미가 부여된다.


"여자 눈에 남자가 귀여워 보이기 시작하면 게임 오버지!"

"맞아. 가끔 실수하거나 서툴러도 마냥 귀여워 보이거나 웃어넘기면 사랑에 빠졌다는 증거인 것 같아."

친구들과 이구동성 공감한 내용이다.


잘생긴 남자만 선호하던 C는 어수룩하고 덩치 큰 B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투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했으며, 무엇보다 유머 코드가 잘 맞았다.


애삼이와 썸탈 때도 가장 크게 다가왔던 부분이 음악적 취향과 유머 코드였다. 서로 잘 몰랐지만, 알아갈수록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느낀 점도 바로 앞의 두 가지 요소였다.


"앞으로 30년만 나 귀여워해 주면 안 되나요?"

"헐... 당장 내일도 알 수 없는 세상인데 30년이라니... 보험도 최대 20년까지 드는 거 몰라요?"

농담처럼 던진 그의 요구에 살짝 당황하며 말을 돌렸지만, 그만큼 나와 오래 잘 지내고 싶다는 뜻으로 들려 내심 기분은 좋았다.


부담 없이 만나고 쿨하게 헤어지는 요즘 연애와 달리, 난 서로한테 충실하고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연애를 지향한다. 한 번 선택했다고 해서 영원히 책임지라는 법은 없지만, 적어도 싫증 나거나 쓸모없다고 여기며 쉽게 버리는 장난감 취급은 피해야 하지 않을까.


나무꾼이 선녀를 곁에 두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지만, 마음은 결국 얻지 못했다.

사람의 마음은 억지로 붙드는 것이 아니라, 곁에 머물게 하는 것이란 누군가의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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