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휘파람 11화

by 은수달


결혼식 마치고 나오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저 사람은... 혹시...?'

상대방 역시 날 알아보고 가까이 다가왔다.


"지원이 맞지?"

"오랜만이네요, 선배."

그 말 한마디가 오래된 기억에 물결을 일으켰다. 우린 십 년 만에 뜻밖의 장소에서 재회한 것이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공부하다가 얼마 전에 귀국했단다. 흰 블라우스에 검은색 치마를 입은 그녀는, 이십 대의 풋풋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선밴... 애인 없어요?"

"응."

"아직 기타 쳐요? 학교 다닐 때 밴드 했잖아요."

"가끔 취미로만. 넌 어떻게 지냈어?"

"저야 뭐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녀의 말투에서 그동안 겪은 세월을 짐작할 수 있었다.

"결혼은?"

"저... 이혼했어요."

"뭐?"

예상 못한 대답이었기에 놀라움이 그대로 튀어나왔다.

"그렇게 됐어요. 선배 집에선 결혼하라고 안 해요?"

"늘 독촉이지, 뭐. 얼마 전엔 선도 봤어."

"어땠어요?"

"가끔 연락하고 만나긴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

"학교 다닐 때 선배 제법 멋있었는데... 모르죠?"

"그랬나? 그때 넌 다른 사람 좋아했잖아."

"아, 희욱 선배요?"

그녀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땐 어쩌다 보니 사귀게 되었죠."

"지금은? 만나는 사람 없고?"

"네. 당분간 일에만 전념하려고요."


첫사랑이자 많은 추억을 공유한 그녀와는 안부를 주고받다가 아쉽게 헤어졌다. 그녀의 뒷모습이 당당하면서도 쓸쓸해 보인 건 단지 착각이었을까. 밖은 아직 환한데 마음 한 구석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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