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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an 19. 2022

2-2화 착한 남자보다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 이유


그렇다면 왜 여자들은 착한 남자보다 나쁜 남자한테 끌리는 걸까?


기왕이면 나한테 잘해주고 말 잘 듣는 착한 남자가 나을 텐데 말이다!


'밥 잘 사 주는 예쁜 누나'가 있다면 '밥 잘 먹고 내 말 잘 듣는 귀여운 동생'도 있어야 공평하지 않을까?


왜 누나는 예쁜 것으로도 부족해 밥도 잘 사줘야 연애에 성공하는 걸까?


남자들처럼 여자도 쉽게 오르지 못하는 나무를 타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다. 남들한테 인기 많거나 리더십 강한 남자가 돋보이기 마련이고, 그런 남자들 주위엔 예쁘거나 괜찮은 여자들도 자연스레 접근할 것이다. 처음부터 나쁜 남자는 별로 없다. 주위의 환경이나 지나친 자신감, 혹은 연애에 대한 그릇된 신념이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순결에 대한 강박증을 가진 어머니 아래 자라다 보니, 남자는 여자보다 미성숙하고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어 있었다. 거기다 연애에 이렇다 할 관심이 없다 보니 저절로 굴러온 복(?)을 차 버릴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보수적이긴 하지만 매너 좋은 아버지와 함께 지내다 보니 남자에 대한 그릇된 환상도 생겼다.

'남자들은 항상 여자를 배려할 줄 알고 친절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줄 거야.'

그러나 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면서 나의 환상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원래 남자들은 저렇게 유치하고 자기밖에 몰라요?"

참다못한 난 불만을 친한 선배한테 뱉어내고 말았다.

"남자들이 좀 그래. 그래서 죽을 때까지 철이 안 든다고 하잖아."

"그래도 너무하잖아요. 다들 성인인데 애처럼 굴지를 않나, 여자를 우습게 여기질 않나..."

그때까지만 해도 남자를 돌처럼 여기던 시절이었기에 나쁜 남자 따윈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하지만, 삼십 대 중반에서야 처음으로 '나쁜 남자'를 만나게 될 줄 짐작이나 했을까?



비록 사기나 도박 등의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 인생에서 최고의 나쁜 남자라는 불명예를 안겨 준 인물이다. 그런 남자를 스스로 선택했다는 사실보다, 그런 남자를 쉽게 끊어내지 못하고 구질구질한 모습까지 보여줬다는 사실이 훨씬 더 치욕스럽고 자존심 상했다.



김기덕 영화 <나쁜 남자>에서도 한 남자가 순수했던 한 여자의 인생을 얼마나 나락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자신과 같은 처지로 만들기 위해 여자를 타락의 구덩이로 몰고 가는 남자의 광기를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



나쁜 남자한테 이끌리는 여자의 보편적 유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존감이 지나치게 높거나 낮다. 자신의 가치를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상대한테 과도한 기대를 걸게 된다. 상대가 나의 부족한 점을 채워줄 거라는 근거 없는 환상을 가지고 다가가는 것이다.


둘째, 평범함을 거부하거나 현실에서 탈출하기를 원한다. 남자가 평범하거나 순진한 여자한테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는 것처럼, 여자 역시 착하고 나한테 무조건 잘해주는 남자한테는 눈길이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착한 남자=무능한 남자 혹은 우유부단한 남자'라는 선입견 또한 한몫한다.


셋째, 애정결핍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부터 다른 형제들과 비교를 많이 당하거나 부모의 관심에서 소외된 여자아이는 자라서 누군가의 무한한 애정을 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모조차 주기 쉽지 않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그동안 남으로 지내온 상대로부터 얻을 수 있을까.



분명하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상대적으로 나쁜 남자와 인성이 형편없는 남자는 다르다는 것이다. 여자를 술자리의 안주거리나 먹잇감으로만 여기는 남자만 고른다면, 나도 모르게 그런 냄새를 풍기고 있지는 않은지, 그들에게 너무 쉬운 사냥감은 아닌지 한 번쯤 진지하게 재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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