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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Jul 21. 2022

40화 공개와 비공개 사이

가끔은 비밀이 필요해


요즘 연인들 사이에 주요 다툼의 원인은 바로 소셜미디어가 아닐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NS!! 어디까지 공유해야 하고, 어디서부터 숨겨야 할까?


"가급적 서로의 스마트폰은 상대의 허락 하에 보는 걸로 해요. SNS는 친구나 이웃 맺지 말고요."


사생활에 누구보다 민감한 데다 그것 때문에 몇 번 크게 다툰 적이 있기에 연애를 시작하면 다짐하듯 상대한테 제안한다.

 

"프사를 꼭 같이 찍은 사진으로 바꾸래요. 우리 둘만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데..."

연애 초반의 달달함에 빠져 있던 A가 어느 날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을 털어놓았다.

"상대의 프사까지 정해주는 건 오버 아닌가요? 각자 올리고 싶은 사진이 있을 텐데요."


한 번은 블로그에 내가 포스팅한 걸 읽은 S가 전화를 걸어왔다. 글의 내용이 지나치게 종교적인데 혹시 나도 그런 성향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런 건 아니고요. 책 읽다가 저자의 말에 공감이 많이 가서 인용했을 뿐이에요."

"인용할 정도로 그쪽으로 많이 빠져 있는 건 아니고요?"

"꼭 빠져 있거나 전적으로 동의해야 인용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해석의 여지가 있긴 해도 원래 저자의 의도는.."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올린 글 때문에 서로 언성을 높이며 싸우게 될 줄은 몰랐고, 그 뒤로 그와 논쟁이 붙을 만한 글은 자체 검열을 거치거나 비공개로 올리게 되었다.


Q. 연인들한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A. 카카오톡 피씨 버전


인터넷 커뮤니티나 티브이에 나오는 사연들 중 이별의 위기까지 가게 만든 장본인은 바로 피씨 카톡!!


습관적으로 연결해 둔 그것의 내용을 본 순간 좋은 반응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친구들과의 잡담, 직장상사에 대한 험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은밀한 비밀 등등. 그래서 처음엔 카톡에 비번을 걸어두다 이젠 휴대전화 전체 잠금만 설정해두었다. 카톡만큼 사진도 위험하니까.


상대를 많이 좋아하면 사소한 것까지 궁금해지고 공유하고 싶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각자 침해받고 싶지 않은 영역이나 민감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걸 무시하고 연인이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해석하거나 훔쳐본다면, 어떻게 믿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무작정 믿다가 뒤통수 맞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관계를 유지하는 선에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되, 미심쩍은 말이나 행동이 있다면 직접 물어보자. 티끌만 한 의혹이 눈덩이처럼 큰 의심으로 자라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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