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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Aug 14. 2022

41화 사랑은 미지근한 아메리카노처럼

옷자락을 적시지 않고 물놀이를 할 수 없듯이 자아에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으면서 연애할 수는 없다.

-자청, <역행자>


"아메리카노 미지근하게 주세요."


카페나 음식점에 가면 물이나 음료를 미지근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때가 많다. 고양이 혓바닥이라 조금만 온도가 높아도 입천장이 데기 때문이다.


사랑도 연애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예전엔 뜨겁게 타오르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고 착각했다. 물론 남녀 간에 열정적 사랑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호르몬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 했던가. 커피처럼 끝까지 맛있게 먹으려면 미지근한 게 낫다. 너무 뜨겁거나 차가우면 커피의 향미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다.




애삼이를 만난 지도 어느덧 일 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엔 불처럼 타올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불꽃이 잠잠해지고 촛불 같은 온도가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다고 서로를 향한 열정이나 관심이 사라진 건 아니다. 서로에게 알맞은 온도나 형태로 바뀌었을 뿐.


"나이 들어도 애삼은 귀여울 것 같아요. 그때도 게임하고 있겠죠."

"나이 들어도 글 쓰면서 책 읽고 싶어요. 그때쯤엔 제자들도 제법 있겠죠."


우린 십 년, 이십 년 뒤의 서로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식은 후에도 서로의 곁에 머물면서 존중해주는 그런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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