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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Sep 01. 2022

42화 솔로 탈출하려면 뿔테 안경이랑 슬리퍼 벗자


"여자들이 날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아. 알고 보면 마음도 넓고 여자한테 잘할 자신 있는데..."

"음... 우선 안경부터 바꾸고 후드 티도 그만 좀 입어요."

"안경은 무난한 걸로 골랐고, 후드 티는 편한데..."


연애를 오랫동안 못하는 사람들에겐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외모를 가꾸지 않는다.

둘째,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른다.

셋째, 자기 계발은 책에서만 존재하는 줄 안다.

넷째, 주제 파악 못하고 이상만 좇는다.


밥벌이도 그런대로 하고 외모도 그리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성실하고 정직한 K. 하지만 첫눈에 그의 매력을 알아보고 다가올 여자는... 안 그래도 강한 눈매를 부각하는 뿔테 안경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후드 티와 찢어진 청바지, 슬리퍼를 보면 도망갈지도 모른다. 외모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연애나 결혼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가꿀수록 유리하다.


죽기 전에 연애 한 번 해보는 게 소원인 그를 데리고 안경점부터 찾았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편이라 무테나 얇은 테의 안경이 어울렸다. 헤어 스타일도 이마를 반쯤 가리는 것보단 자연스럽게 넘기는 게 낫다고 전문가가 그랬다. 그리고 패션!! 자신 없다면 쇼핑몰에 들러 직원한테 추천해달라고 하거나 마네킹한테 입혀놓은 것과 똑같은 스타일로 구입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적다.



키는 작아도 상체가 발달한 그에게 셔츠와 면바지, 재킷을 골라주었다. 후드 티에 찢어진 청바지보단 확실히 나아 보였다.


며칠 후, 그는 상기된 목소리로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직원들이 좋은 일 있느냐고 묻더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똑똑하게 보인대."


그리고 드디어 그는 거래처의 여직원한테서 연락처를 받아냈다. 전부터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그의 외모가 달라진 후 상대가 먼저 말을 걸어왔단다.


물론 외모만 바뀐다고 곧바로 연애할 기회가 찾아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이어트하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몸에 맞는 운동을 알아보는 것처럼, 솔로 탈출하려면 그에 맞는 방식을 익힐 필요가 있다.


얼굴을 반쯤 가리는 뿔테 안경이나 성의 없어 보이는 옷차림은 저만치 던져버리고, 어깨 활짝 펴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모습으로 변신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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