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주위에선 태풍 '힌남노'에 대한 얘기로 떠들썩하다. 실시간 태풍의 이동경로부터 예상 피해까지, 뉴스를 보지 않아도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내일 출근은 어떻게 할까요?"
"탄력적으로? 새벽에 와도 되고요."
"저희 집 앞이 하천이라..."
"저희 동네 온천천도 범람할 예정이라..."
저마다 다른 이유를 대며 출근을 꺼리는 기색이 역력하다. 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본인들의 안전이 중요할 것이다.
"이번에도 지붕이나 문짝 날아가면 어쩌죠?"
"우선 문단속 철저히 하고 공장 문 앞에 트럭 세워 둡시다."
"트럭도 날아가면?"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서 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인생사는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입장이 달라지고, 때론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나 역시 자연재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평범한, 그리고 나약한 인간이다. 자연재해나 전쟁에 대비해 비상식량을 항상 구비해두고, 몸에 이상 신호가 오면 병원이나 약국을 찾으며, 리스크 관리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인생이 계획대로 돌아가리라 기대할 수만은 없다. 어느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린 때로 근거 없는 희망을 버리고 비극적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폭우 속을 운전하면서 '만일 이 순간이 내 삶의 마지막이라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영화 같은 사랑도 해봤고, 취미 생활도 원 없이, 여행도 틈틈이 해봤으니 딱히 미련은 없어. 그래도... 아직 내가 해야 할 일이 남았고, 사랑하는 이들이 있으니...'
최근 들어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고, 짜증 나는 일들이 많았는데, 힌남노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 주위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태풍이 어느 경로로 이동할지 예상은 가능하지만 확신할 수는 없듯이 인생도 마찬가지다. 뭐든 성급하게 추측하고 겁먹기 전에 차분하게 자신의 내면부터 들여다보자. 폭풍전야의 하늘이 고요한 것처럼, 당신의 인생도 소용돌이치기 직전이 가장 평온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