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고 피부가 자주 가렵다고 호소하는 막내 조카는 이제 여섯 살이다. 돌 무렵부터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 여기저기 병원을 수소문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밝히지 못해 고향에서 제법 소문난 피부과에 데려갔다. 그런데 아토피라니... 지금부터 관리하지 않으면 키가 많이 자라지 않는 데다 완치가 힘들단다.
사촌동생 역시 어릴 적부터 환경이 바뀔 때마다 아토피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병원을 들락거렸고, 식습관 바뀌고 나이가 들면서 차츰 나아졌다. 나도 피부염과 건조증이 있지만, 꾸준히 관리하면서 호전되었다.
우리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으면서 태어나고 자란다. 부모나 양육자의 적절한 관심이나 보호를 받지 못하면 아이는 불안에 떨거나 비뚤어질 가능성이 높다. 나무가 자라면서 햇빛을 향해 고개를 내밀듯이 아이도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난다.
하지만 불완전한 채로 태어나는 인간은 어른이 되고 난 뒤에도 누군가의 특별한 관심이나 보호를 필요로 한다. 그것이 채워지지 않을 때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지거나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장녀로 태어나 돌봄 노동을 도맡아 온 내게 누군가를 케어하는 일은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내게 도움을 청하거나 기대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들어 가족들이 번갈아가면서 아프거나 병원 다니느라 바쁘다. 덕분에 나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그러나 나도 때론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도움을 받고 싶다. 아니, 온전히 쉬고 싶을 때가 많다.
코로나 19라는 비극적 상황을 겪으면서 우린 각자 몸과 마음을 보살펴야 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기대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다. 그리고 앞으로 같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서로를 미워하고 괴롭히는 대신 서로에게 잠시나마 버팀목이 되어주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