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첩'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사물함이 떠올랐다. 며칠 전, 사우나에 가서 신발함을 닫으려는데 삐빅하는 소리만 나고 닫히지 않았다. 몇 번 더 시도하다 결국 직원한테 도움을 청했다.
"경첩이 헐거워져서 그래요."
평소엔 거의 쓸 일이 없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에 필요성을 인지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맹장이 그렇고, 십자드라이버가 그렇다. 문과 벽을 이어주는 것처럼, 내 인생의 경첩은 무엇일까.
어릴 적부터 말보단 글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일이 익숙했던 내게 책은 경첩과도 같은 존재였다. 혼자 도서관이나 방구석에서 책을 읽으며 나만의 세상으로 도피했고, 자습 시간에도 소설책을 읽다 선생님한테 혼나곤 했다. 하지만 그 시절 내가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는 일이 막막하거나 두려울 때면 습관처럼 글을 쓰는 나를 발견한다. 다른 사람들이 친구한테 고민을 털어놓거나 종교 시설을 찾을 때 난 독서나 글쓰기를 통해 해답을 얻었으니 종교에 가깝다고 해야 하나.
경첩에 난 구멍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 있는가. 정확하게 원하는 곳과 이어 주기 위해선 구멍의 크기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쉬운 내 인생의 경첩을 좀 더 매끄럽게 다듬거나 소중히 여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