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생일을 맞이하는 자의 태도

by 은수달


"은수달 님, 생일 쿠폰이 도착했습니다!"


나의 생일을 가장 먼저 축하해준 건 가족도 친구도 아닌, 바로 스타벅스이다. 멤버십 가입해서 쿠폰이나 e 카드를 요긴하게 쓰고 있는데, 생일 쿠폰도 준단다.


어릴 적엔 생일이 추석이랑 겹칠 때가 종종 있어서 용돈만 받을 때가 더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바라던 이상적인 형태의 생일이다.)


"자정 지났네요... 아직 다른 사람한테 축하 메시지 안 받았죠?"

"네. 스벅 빼고요 ㅎ"

애삼이는 안 자고 기다렸다 가장 먼저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작년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어릴 적엔 친구들과 어울려 파티하고, 나이가 들어선 가족이나 친구들과 식사하고... 거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케이크. 하지만 평소에 단 걸 별로 안 좋아하는 데다 케이크는 한 조각 먹으면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케이크 간소화를 애타게 외쳤고... 내 생일엔 조각 케이크나 초코파이로 대신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족들 모임에선 조카가 좋아하는 케이크로 대체되기도 한다.


몇 년 전 생일에는 사랑의 장기기증본부에 사후기증을 신청했고, 재작년엔 미혼모센터에 작은 선물을, 그리고 올해엔 자주 활동하는 오픈 채팅방에 기프티콘을 쏘고, 네이버 해피빈에 소액을 기부했다.


물론 지인이나 가족들한테서도 다양한 선물을 받았다. 음료부터 책, 샴푸, 현금, 상품권 등등.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큰 조카가 보낸 축하 메시지다. 무뚝뚝해서 이모 생각 전혀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덧 커서 가끔 톡을 보내온다.


생일엔 무조건 내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접고, 나를 낳고 키워준 부모님뿐만 아니라 내게 힘이 되어 주는 사람들한테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보는 건 어떨까. 좀 더 여유가 된다면 소외된 이웃한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 보자. 단지 한 생명이 태어난 날이 아니라, 그 생명이 사랑의 씨앗을 새롭게 심은 날로 기억되지 않을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 인생의 경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