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심심해도 외롭지 않은 이유

by 은수달


"최근에 몰입한 적은 언제인가요?"


독서 모임에서 받은 질문에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글쓰기'였다. 물론 글을 제대로 쓰려면 집중해야 하는 건 맞지만, 몰입은 또 다른 영역이다.


주말엔 주로 모임 활동을 하거나 약속이 있어서 혼자 보낸지도 꽤 되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이 생겼다.



지하철역에 내려 지하상가를 따라 걷다가 중고서점으로 향했다. 책은 이미 넘치도록 많지만, 방앗간을 기웃거리는 참새처럼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매장을 둘러보다 마침 필요했던 네임 스티커를 구입하고 말았다. 퍼즐을 사려다 액자로 만들어도 걸어둘 곳이 없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시간 때우기와 치매 예방엔 더없이 좋은 취미이지만,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서점에서 나와 길을 걷다가 새로 생긴 카페에 발걸음이 멈추었다. 문을 여니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고, 적당한 자릴 탐색했다. 바에 앉으니 의자 높이가 맞지 않아서 테이블 자리로 옮겼다. 솔트 라테를 주문한 뒤 가방에서 책과 태블릿을 꺼냈다. 나처럼 혼자 온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심심하거나 한가할 때 카페에 가면 묘한 안도감이 든다.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는 것보단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낫다. 잠시 멍하니 창밖을 쳐다보거나 옆자리 사람들이 수다 떠는 걸 엿들어도 좋다.


"얼마 전에 소개팅했는데 그 남자가 말이야..."

여자들 수다의 포인트는 자신이 얼마나 관심받고 있는지, 요즘 핫한 맛집이나 드라마를 얼마나 잘 아는 지다. 가끔 재테크나 운동에 관한 얘기도 나오지만, 다이어트나 맛집으로 귀결된다.


잠시도 심심하거나 외로운 걸 못 참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먹거나 관계에 집착하면서 정서적 허기를 채우려 한다. 하지만 우린 누구나 혼자로 남을 수 있으며, 혼자 잘 지내야 타인과도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심심해도 외롭지 않은 이유는, 글쓰기 혹은 독서라는 좋은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만나자고 조를 필요도, 적당히 맞춰주거나 눈치 볼 필요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필요도 없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생일을 맞이하는 자의 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