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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 걸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자

by 은수달

출근길은 늘 혼잡하다.


특히 미남 교차로를 지날 때면 여기저기서 끼어드는 차부터 쓸데없이 경적을 울리는 차들까지 전쟁터가 따로 없다.


신호가 바뀐 뒤 여유롭게 속도를 내려는 순간, 오른쪽에서 레미콘이 훅 끼어든다.

알고 보니 앞에 있던 버스를 피하려다 방향지시등 없이 끼어들기한 것이다.


다행히 브레이크를 밟아서 사고는 피해 갔지만, 불안한 마음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출근하자마자 과장님이 급하게 결제할 건이 있다며 사장님한테 보고하란다. 좌초 지종을 얘기한 뒤 입금하고 나머지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사장님 등장!


"뭐 하고 있었어?"

"거래처 내역 정리하고 있었는데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과장님한테 일 좀 배우라고."



며칠 전, 과장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일이 밀려 한바탕 난리가 난 모양이다. 평소에 내가 분담하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비상이 걸리곤 한다.





아슬하게 오전이 지나가고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오늘 뭐 먹을까?"

"회 어때요?"

"회? 전어철 지났는데..."

"그럼 고기는요?"

사장님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이번엔 회장님한테 토스한다.

"뭐 드시고 싶으세요?"

"글쎄..."

"난 추어탕 먹고 싶은데..."


진작에 추, 어, 탕이라고 외쳤다면 메뉴 정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의 사장님은 기분파에 답정녀다. 원하는 게 있으면 솔직하게 혹은 부드럽게 얘기하면 되는데, 할 말을 감춘 채 '내 마음을 맞춰 봐' 게임을 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점심때 문어숙회를 먹고 싶다고 하셔서 대신 주문하려고 하니 잠자코 있으란다.


"저거 달라고 하면 되잖아."

옆 테이블에서 마침 문어숙회를 맛있게 먹고 있었다.


어제 늦게까지 현장에 있었다며 재채기를 연신 해대는 사장님.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유난히 짜증이 늘거나 시비 거는 횟수가 증가한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컨디션 따라 태도가 달라질 수는 있다. 하지만 투덜대거나 시비 거는 대신 주위 사람들을 눈곱만큼이라도 배려해주길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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