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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종지 엄마와 양푼이 딸 #3

by 은수달


"아무래도 입원해서 엠알아이 찍어봐야겠다."


주위에 자문을 구하던 엄마는 월요일 아침에 가까운 병원에서 진료받기로 했단다. 눈뜨자마자 준비해서 엄마를 픽업하기 위해 본가로 향한다. 아파트 후문에 대기하고 있자 간장종지 엄마 등장!!


"화장은 하고 온 거니? 외투는?"

바쁜 와중에도 잔소리를 잊지 않는 엄마다.

"외투는 뒤에 뒀고요. 나중에 주차하고 나서 립스틱 바르면 돼요 "


엄마가 병원장과 잘 아는 사이라 수속도 비교적 원활하게 이루어졌지만, 치료 목적으로 엠알아이를 찍을 경우 이틀 이상 입원해야 한단다.

"보험회사에서 하루만 입원하면 된다고 하던데요."

"검사만 받을 경우 당일 진료가 원칙이라서요."



고민하던 엄마는 입원을 결심하고 몇 가지 절차를 밟는다. 그전에 신속항원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직원이 면봉으로 코를 두 번이나 깊숙이 찌르자 엄마는 인상을 찌푸린다.

"무슨 감정 있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아프게 찌르는 건 처음 보네."

"환자 분... 진료과에 올라가서 기다리시면 됩니다."

"거기선 검사 결과 기다렸다가 오라고 했는데요."

안 그래도 마음이 상한 엄마는 다시 한번 직원한테 항의한다.


결국 음성이라는 결과를 확인하고 나서야 우린 진료과로 올라가 나머지 절차를 밟는다.


"원래 면회 안 되는데... 잠시만 있다가 가세요."

엄마가 통화하는 사이 보호자인 내가 간호사한테 내원한 사유부터 복용 중인 약, 입원 경력 등을 알려준다. 링거를 맞으려는데 오늘따라 혈관이 보이지 않아 애먹는 엄마랑 간호사를 멀리서 지켜본다.


"입원할 동안 세면도구랑 수건, 그리고 약도 챙겨 와야 하고... 아 맞다. 슬리퍼도 있어야겠네요."


그동안 가족들 병간호를 여러 번 해본 덕분인지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보호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


의사나 간호사한테 필요사항을 정확히 전달하거나 요구할 것
예약 시간을 가급적 지키고 간호사나 직원의 지시를 잘 따를 것
환자가 지나치게 불안해할 경우 심신을 달래줄 것
환자에게 필요한 물품을 미리 챙겨둘 것
담당 간호사한테 친절하게 대할 것
보험회사에 미리 연락해서 필요한 서류 챙겨둘 것


오늘도 난 간호사실 복도에서 직원한테 엄마의 물품을 대신 건네주며, 엄마한테 별일 없기를, 간장종지가 겁에 질려 말라붙지 않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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