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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반환하겠습니다

by 은수달

그동안 별문제 없이 지내던 집주인과 갈등이 생긴 건 몇 달 전, 제2 금융권에서 세입자에게 대출 동의를 받겠다는 연락을 받은 후부터다.


알고 보니 나의 임대인은 투자 목적으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세입자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대출 동의서를 들이민 것이다.


"이러다 보증금 못 돌려받는 거 아냐?"

좌초지종을 알게 된 어머니는 불안해하다 결국 법무사한테 도움을 청했고, 전세 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으며, 기간 만료 시에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라고 했다.


몇 차례 문자 메시지가 오갔지만, 내용증명은 수취인 부재(=폐문)를 사유로 반송되었다. 그래서 문자 메시지로 자세한 내용을 찍어서 전달했다.


계약만료일이 코앞인데도 집주인한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기에 만반의 대비를 한 채 이사를 잠시 보류했다. 그리고 짐 정리를 천천히 시작했다. 그 사이 몇 차례 부동산에서 집을 보러 왔지만, 우리가 기다리던 소식은 들을 수 없었다.


"일단 만기일까지 기다려보고, 그때까지 못 받으면 반환소송 청구해야지."


하지만 소송을 하게 되면 시간도 걸리고 경매로 넘어가서 상황이 복잡해질 수 있단다. 다행히 전세권 설정을 해두어서 어떻게든 받아낼 수 있다는 법무사 얘기에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오늘 오후, 카페에서 책을 읽던 중 집주인한테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11일까지 전세금 반환하겠습니다]

짧지만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빨라도 이달 말쯤에 받을 줄 알았는데... 이사업체도 알아봐야 하고... 전출예약도 해야 하고... 그럼 이사는 당일에 가야겠지?'

그 순간 두뇌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회전했고, 이 사실을 엄마한테 알렸다.

"다행이네. 그럼 그날 돈 받고 이사하면 되겠다."

"부동산에 연락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봐야 하지 않나요?"

"그럼 내가 연락해서 알아볼게."


그렇게 모녀의 합동(?) 작전 덕분에 일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포장이사 견적요청부터 가스 전출신고까지 한 번에 해결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할 일들이 남아 있었고, 무엇보다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할 일이 과제로 남겨졌다.


어쨌든, 이사 당일에 무사히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길.



https://blog.naver.com/eunsudal22/222976706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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