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 대, 그리고 두 번째 독립

by 은수달


"나 지금 분당 가는 길이야."

"뭐? 드디어 올라가는구나."


부모님과 함께 음식점을 운영하던 나의 베프 K는 갑작스레 매장이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직자가 되었고, 진로 때문에 고민하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취업준비 중이다.




"나이보단 거주지가 가장 걸리네. 차라리 올라가서 일자리 구해보는 건 어때?"

몇 달째 구직 활동을 하던 그에게 조심스레 제안했고, 그는 단기간 머물 곳을 알아보더니 짐을 싸서 무작정 떠난 것이다.


아버지의 급작스런 병환으로 또 발목이 묶일까 봐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통원치료가 가능하다고 해서 한시름 덜은 K.


유난히 걱정 많고 내향적인 그는 한 가지를 결정하는데도 엄청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망설이다 좋은 기회까지 놓치는 경우를 종종 보았다.


"네 맘에 꼭 차진 않더라도 지금은 새로운 환경에서 경험을 쌓을 시기잖아. 기간 정해놓고 어디든 취직한다는 마음으로 도전해 봐."


나이도 많고 스펙도 부족하고 모아놓은 돈도 없고... 핑계를 대기 시작하면 결국 제자리걸음이다.



그가 선택한 곳은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역도 가깝고 집세도 그리 비싸지 않고 무엇보다 무료주차가 가능하단다. 예전에 가본 곳이라 그곳 분위기가 대강 그려졌고, 장단점을 얘기해 주었다.

"강남이랑 수서역까지 지하철로 30분 정도 걸리네. 주위에 상가나 아파트도 많아서 생활하는 데 그리 불편하진 않을 거야."


서울에서도 여러 군데 돌아다니며 시세나 입지를 비교해 봐서 그런지 동네 이름만 들어도 그곳 분위기가 짐작되었다.


아무튼, 마흔 넘어서 두 번째 독립을 시도한 K를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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