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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체력을 사는 나이

by 은수달


"이젠 체력을 돈으로 사는 나이 ㅠ"

"필테하면서 미리 사두길 잘함"


또래뿐만 아니라 삼십 대 청춘남녀가 한 자리에 모이면 재테크와 함께 건강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건강은 돈으로 사기 힘들 때가 많다는 사실에 격하게 공감하고 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무리해서 그런가... 족저근막염 걸려서 정상 근무도 힘드네요."

"조금만 무리하면 온몸이 뻐근하고 피로가 오래 가요."

"내 친구는 고혈압약 먹기 시작했대요."


예전 같으면 오십 대가 넘어야 이런 얘기가 나왔다면 요즘엔 나이 불문하고 만성질환이나 성인병 한두 개쯤 가지고 있다. 내가 가진 건 비염과 피부 트러블, 그리고 최근에 얻게 된 유방의 혹. 미세먼지 때문에 한 달 넘게 기침이 끊이질 않지만, 때론 온몸이 스펀지처럼 축 늘어질 때도 있지만, 다행히 심각한 질환은 없다. 세끼 열심히 챙겨 먹고 틈틈이 운동도 하고, 무엇보다 스트레스 적게 받으려고 노력한 덕분이다.


일주일 넘게 수면장애로 괴로워하던 나의 어머니는 결국 신경과를 찾아 상담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일시적으로 호전되긴 했지만, 또 언제 재발할지 몰라서 불안하긴 하다.



돈이 이 시대의 중요한 가치가 되고, 또 다른 신으로 숭배받고 있지만, 여전히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진정한 사랑 혹은 우정, 신뢰, 그리고 건강. 물론 불치병이 아니라면 돈 들여 고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할 것들과 잃어버릴 것들을 생각하면 체력도, 건강도 미리 사두면 좋지 않을까.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을 때 소중히 여겨야 하듯이 건강도 그것을 빼앗기기 전에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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