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가 질 무렵, 그러니까 완전히 어두워진 밤이 아닌 만큼 더욱더 공포감을 자아내던 저녁 무렵 나는 두 팔을 우스꽝스럽게 휘저어대면서 기진맥진해 있는 숲길을 비트적거리며 걷고 있었다.
그녀는 매일, 아니 거의 매일 카페를 찾는다. 그냥 커피만 마시거나 스마트폰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는다.
책의 종류는 수시로 바뀐다. 자기 계발, 경제학, 철학, 에세이, 고전문학 등등. 도대체 그녀의 독서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라는 게 과연 있을까.
오늘 그녀가 읽고 있는 책은 페터 한트케의 <긴 이별을 위한 짧은 편지>다. 제목이 긴 걸 보니 문학상을 수상했거나 내용이 어렵고 지루할 것 같다. 나의 선입견이라면 할 수 없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책이랑 거리가 멀었지만, 책을 좋아하거나 지적인 여자가 이상형이었다. 원래 인간은 자신에게 부재하거나 결핍된 무언가를 갈구한다고 했다. 나한테 결여된 건 지적 능력뿐만이 아니다. 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타인에게 공감하는 능력 또한 평균보다 부족한 것 같다고, 오래전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그랬다. 보통 남자들은 상처받거나 자존심 상했겠지만, 난 인정하고 말았다. 그녀가 하는 말은 대체로 옳았으니까.
하지만 그녀를 향한 마음이 얼마나 뜨겁고 애틋한지는 그녀만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끝내 알지 못하기를 바랐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