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과 커플의 상관관계

by 은수달


사람들이 독서 모임에 가입하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다.


책을 정말 좋아하거나, 아니면 좋아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책을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독서모임뿐만 아니라 다양한 동호회에서 활동하다 보니 이젠 상대의 첫인상이나 말투만 봐도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감이 온다. 특히 남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는 본능적으로 감지되기도 한다.


"모임장이나 운영진 맡으면 연애할 가능성이 높대."

"모임장인데도 연애 못하고 있으면 연애에 전혀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거야."


내가 활동하던 독서모임에서 맺어진 커플만 해도 제법 되는 데다 결혼까지 이어진 인연도 몇 명 있다. 그중에 두 커플은 내가 주최하는 모임에서 인연을 맺었다.


"언니, 저 담달에 결혼해요."

"네? 연애가 아니라 결혼이요?"

몇 년 전, 모임을 통해서 친해진 동생이 있다. 야무지고 자기주장이 분명했으나 마땅한 상대를 못 찾아 연애를 쉬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내가 기획한 글쓰기 모임에 신입 남성회원이 참여했다. 서로를 알아가자는 의미로 만든 '짝꿍 게임'에서 두 사람이 짝이 되었고, 덕분에 서로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단다.


"비도 오고 시간도 늦었으니 **님이 좀 데려다 줄래요?"

마침 남성분이 자가용을 가지고 왔었고, 두 사람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슬쩍 부추겨보았다.


그리고 한 달 후, 모임에서 다시 만나게 된 그녀는 새로운 소식이 있다고 하기에 '두 사람 사귀기로 한 건가?'라고 짐작했다. 하지만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어, 그녀가 전해준 것은 청첩장이었다.


"나이도 있고 해서 결혼할 상대를 찾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날 글쓰기 모임에서 같이 대화하면서 생각보다 잘 맞는 부분이 많더라고요. 집에 데려다주면서 그 사람이 고백했고,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두 번째 커플은 송년회 때 처음 만나 일 년 만에 부부가 되었다.

"언니, 나 그 사람이랑 사귀어도 될까? 외모도 성격도 내 취향이랑 거리가 먼데..."

"외모는 네 타입이 아닐지 몰라도 결혼 상대로는 괜찮은 것 같아. 일단 만나보고 생각해."

잘생겼지만 무책임한 남자들한테 데인 그녀는 앞으로 연애는 힘들 것 같다며 일만 죽어라고 했었다. 그런데 하필 내가 주최한 송년회에서 남자분이 그녀한테 첫눈에 반했고, 그 뒤로도 만나자며 몇 번이나 연락이 왔었단다. 하지만 주말 없이 일했던 그녀한테 연애는 사치였고, 갑자기 약속을 취소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부담이 생겼단다.


"어차피 퇴근하면 할 일도 없는데요. 일 때문에 못 나오면 카페에서 혼자 책 읽다가 갈게요."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일상과 성격을 다 이해하고 맞춰주는 걸 보면서 두 사람이 천생연분이라고 확신했다.


비혼을 선언했던 S 역시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사람과 뜨거운 연애를 하다 결혼해서 자녀를 세 명이나 낳았다. 모임에서도 꽤 잘 나가고 똑똑했던 그녀였기에 속으론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름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집들이 때 초대받아서 간 적 있는데, 그들 부부의 거실엔 티브이 대신 커다란 책장이 놓여 있었다. 아들 둘은 책을 꺼내서 읽다가 집어던졌다 하면서 책이랑 자연스레 놀고 있었다.


독서모임에 가입만 하고 유령회원으로 남는 사람도 꽤 있다. 그들에게 왜 하필 '독서모임'을 선택했느냐고 물으니, 여느 친목 모임보단 있어 보여서란다. 한 마디로, '독서모임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기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여자 혹은 남자가 드물다 보니, 기본적인 자질을 갖춘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크단다.


물론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똑똑하거나 품격을 갖춘다는 보장은 없다. 책을 무기로 상대를 무시하거나 잘난 척하기 바쁜 사람도 여럿 보았다. 그래도 독서를 통해 관심사를 공유하고 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선, 자연스레 커플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누군가의 호감을 얻거나 속내를 알고 싶다면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대신 책을 꺼내 펼쳐보자.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거나,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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