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독일상 훔쳐보기 8화

8. 좋아요만 좋아하는 세상

by 은수달


텅 빈 유리잔에서 얼음조각이, 로만 옷장에 쑤셔 넣은 못 쓰는 장난감처럼, 불안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후회하는 마음과 행복한 마음이 뒤섞인 감정이었다.


"좋아요만 좋아하는 세상?"

"사람들은 왜 좋아요에 그렇게 민감한 걸까요?"

"존재를 확인받고 싶으니까요."

"좋아요가 많다고 해서 돈을 많이 벌거나 자존감이 올라가는 것도 아닐 텐데요?"


이번에 그녀가 가져온 책은 타인의 시선에 목숨 거는 사람들에 관한 소설이었다. 제목만큼 내용도 흥미롭다고 그녀가 덧붙였다.




그녀와 독서모임에서 만나게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쉬는 날 집 근처 모임에 나가게 되었고, 거기서 그녀와 운명처럼 마주친 것이다.


"시간도 늦었는데 바래다 드릴까요?"

"괜찮아요."

"이 시간엔 택시 잡기도 힘들 텐데... 같이 타고 가요."

나의 진심이 통한 걸까. 그녀는 눈을 잠시 깜박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오기를 기대했다. 아니, 머릿속으로 수없이 그려보았다. 그녀와 단둘이 차 안에서 얘기를 나누거나 드라이브하는 장면을. 하지만 워낙 경계심이 많은 그녀라서 기회를 잡기 쉽지 않았다.


그녀의 집까지는 차로 십오 분 정도 걸렸다. 자연스레 가까워지기 좋은 거리였다.

"어떤 영화 좋아하세요?"

"전 장르 안 가리고 좋아해요. 눈물이 많아서 문제지만..."

"잘 우시나 봐요?"

"혼자 볼 때만요."

"전 영화 보면서 울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보이진 않지만, 무표정한 그녀는 왠지 다가서기 어려운 분위기가 있었다.


"대신 음악은 장르 별로 안 가려요. 어, 박효신이다."

때마침 차 안에선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왔고, 덕분에 그녀와 공감대를 찾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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