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고인의 휘파람 1화

by 은수달

동수의 부고(誥告)를 받은 건 출근하던 길이었다.


여느 때처럼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던 날이었고, 샌드위치 지하철 안에서 서른이 넘은 한 남자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고등학교 45회 이동수 동문이 어제저녁에 교통사고로 운명했습니다.


발인: 2021년 6월 5일(토요일) 오전 9시

빈소: **병원 장례식장


순간 머리가 띵했다. 얼마 전까지 동창회에서 밤새도록 술을 퍼마시며 인생의 고단함을 나누던 친구였다. 그런 녀석이 운명하다니... 그것도 서른이 갓 넘은 나이에... 믿어지지 않았지만, 메시지로 전송된 문장들이 현실을 말해주고 있었다.


흰 셔츠에 회색 양복을 입긴 했으나 기왕이면 검은색 양복으로 갈아입는 게 좋을 것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렀다 병원에 가면 9시쯤 되겠네. 오늘은 제발 야근이 없기를...'

아침부터 기분이 가라앉는다. 단지 동창의 부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밥벌이를 위해 달려가는 자신의 모습이 측은해서일지도 모른다. 목적지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자마자 인파를 헤치고 도망치듯 열차에서 내렸다.




지금 일하는 회사로 옮긴 지는 석 달 밖에 되지 않았다. 안정적인 직장을 두고 규모 작고 월급도 적은 회사로 옮긴다고 주위에선 다들 말렸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다양한 경험을 하거나 스펙을 쌓을 필요가 있다. 서른둘. 빠르면 결혼해서 애를 낳았을 테고, 늦으면 아직 고시에 매달리거나 첫 직장을 구할 나이. 전문대를 졸업하고 소규모 회사에서 열정 페이만 받고 일하다가 인지도 있는 디자인 회사로 옮겨 3년간 죽도록 일만 했다. 덕분에 돈은 제법 모았지만, 연애도 결혼할 시기도 놓치고 말았다. 유일한 취미 생활은 영화감상이나 사진 찍기. 동호회 서너 군데 가입해 놓고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한 결과 얻은 건 주름살과 쓸모없는 뱃살뿐이다. 화장실에서 거울을 쳐다보며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밥은 잘 먹고 다니지?"

"네. 어머닌 별일 없으시죠?"

"나야 늘 똑같지. 회사는 다닐 만 혀?"

"그렇죠, 뭐. 아버진 건강하시죠?"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그놈의 술병이 또 도졌다. 어쩌면 좋냐?"

"그러게요. 솔 좀 적당히 드시지..."

"한 번 안 내려올 겨?"

"이직한 지 얼마 안 돼서 바빠요. 담에 갈게요."

"그랴. 밥 잘 챙겨 먹고, 괜찮은 아가씨 생기면 데려오고..."

"알았어요. 회의 있으니까 끊어요."

어머니는 뭔가 더 할 말이 남은 듯했지만, 잔소리가 이어질까 봐 핑계를 대며 끊었다.


형이 결혼한 뒤로 어머닌 남은 아들이 장가가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그 꿈을 실현해주기엔 아직 멀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 결혼 뒤에 이어질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양육비에 대한 부담감이 벽돌처럼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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