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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Sep 25. 2023

한밤 중에 당근거래


"우유 구입가능한가요?"

"오늘 저녁 8시 반쯤 가지러 가도 되나요?"


며칠 전에 찜해둔 멸균우유 상자를 귀가하는 길에 픽업해 가려고 판매자한테 메시지를 보냈다.


"9시쯤 가능해요."

"어디로 가지러 갈까요?"


보통 시간과 함께 장소를 언급하고, 구매자가 오케이 하면 약속을 잡는다. 그런데 시간만 얘기하고 별다른 정보가 없어서 먼저 물어보았다.


8시가 넘도록 답장이 없어서 곧바로 귀가했다. 씻고 나오니 당근, 알람이 울린다.

"○○아파트요."

검색해 보니 단지가 제법 큰 아파트이다.

"몇 동으로 가면 되나요?"

"○동 ○○호 문 앞에서 비대면 거래할게요."


한 동만 있는 아파트도 아니고 정문에서 보기로 한 것도 아닌데, 아파트 이름만 달랑 대자 슬슬 기분이 나빠진다. 하지만 놓치기 아까운 기회라서 꾹 참고 알았다고 한다.


9시 30분경, 아파트 안에 주차한 뒤 호출을 눌렀다. 문 앞에 도착하니 구입하기로 한 우유가 놓여있었다. 소비기한을 확인한 뒤 계좌번호를 물어보려고 하자 곧바로 메시지가 왔다. 송금한 뒤 알려주자 '넵'이라는 단답형의 답이 돌아온다.


그동안 수 차례 거래를 하면서 다양한 구매자 및 판매자를 만나왔지만, 이렇게 기분 나쁘게 한 판매자는 처음이다. 마치 '나는 안 팔아도 상관없지만, 굳이 사야겠다면 내 사정에 맞추라.'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구매자든 판매자든 한 번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거래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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