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그림자에 대해 생각 좀 해볼게요. 무엇이 정당하고 공정한지.
-무라카미 하루키
그녀는 자신을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자신보다 남을 좋아하거나 진심으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두운 면을 감추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은 숱하게 많아도.
그를 잊으려 할수록 더욱 선명하게 떠올랐지만, 거리를 두겠다고 마음먹고 나니 일상이 차츰 회복되기 시작했다. 어깨 뒤로 멀어져 가는 노을을 보면서 그녀는 그와의 추억도 언젠가 사라질 거라고 생각했다.
같은 시각, 그는 매장에 홀로 남아 창밖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이 떠올라. 옆자리에 앉아 얘기 나누던 모습도. 차분하면서도 아이처럼 순수했고, 때론 장난기가 넘쳤지.'
'지금 눈앞에 그녀가 있다면 무슨 말을 건넬까. 언제쯤 그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그의 머릿속에 같은 질문만 반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