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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Dec 22. 2023

혼독일상 훔쳐보기 24화

24. 파견자들


그 애는 겨울에 도착한 불청객이었다.

-김초엽, 파견자들


그녀는 내내 궁금했다. 왜 그가 자신한테 다시 연락해서 만나자고 했는지. 왜 하필 지금 나타나서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건지.


봄에 태어난 그는 형이랑 비교당하며 불운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자신의 힘으로 이겨냈으며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다. 하지만 배신당한 후 한동안 누구도 마음에 담지 않았다.


"누나가 따뜻해서 좋았어. 내게 진심으로 잘해주고 친절하게 대한 거 종종 생각났어."

"그랬구나. 나도 가끔 네 생각났어. 근데 그땐 타이밍이 엇갈렸지."

"이렇게 다시 만날 날을 그려봤어. 누나랑 키스했던 그날도."

"우리가 키스했었나?"

영화를 보다가 손을 잡았고, 그의 손이 땀으로 축축했던 기억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기억 안 나? 그때 나 너무 떨려서 제대로 못했는데... 그래서 누나한테 미안해서 도망치듯 집에 갔잖아."

"아... 이제야 너랑  연락이 끊겼는지 이해가 가."

"나 원망스럽진 않았어?"

"그것보단 궁금했었지. 왜 그날 이후로 연락이 없었는지, 잘 살고 있는지."


그 당시엔 불청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메마른 낙엽과도 같았던 그녀의 삶에 불어온 온풍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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