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 밥을 적게 먹어서 소식하고 여성스러운 줄 알았는데... 속은 것 같아요, 장모님."
"이젠 돌이킬 수 없는데 어쩌지?"
제부가 여동생과 결혼한 지도 십 년이 넘었으니 나와 가족이 된 지도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둘 다 과묵한 편이라 대화를 나눈 기억이 별로 없다.
융통성은 부족하지만 성실하고 경제력 있는 제부를 여동생은 첫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더 좋은 조건을 뿌리치고 제부와의 결혼을 결심한 걸 보면. 그러나 사자(?) 직업을 가져서 그런지 결혼까지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다.
결혼식을 며칠 앞두고 제부의 누나가 여동생한테 갑자기 전화가 걸려와서는 예단과 혼수 문제를 따지고 들었단다. 귀한 의사 집안에 시집오면서 예단에 성의가 없다는 둥 자기 집안을 무시한다는 둥.
"그럼 형님은 얼마 해오셨는데요? 형님도 의사 남편 만났잖아요."
"난 연애 결혼했으니까 경우가 다르지."
시부모님도 아닌, 형님이 중간에 나서서 민감한 문제를 언급하며 여동생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제부가 거듭 사과하며 그렇게 사연 많은 결혼식이 치러졌다.
"요즘에도 토요일에 근무해요?"
"지금은 격주로 하고 있어요. 주말에 좀 쉬면서 미뤄둔 일도 처리하려고요."
제주도에서 병원을 운영 중인 제부는 큰 조카를 키워놓고 쉬엄쉬엄 일하려고 했는데, 둘째가 태어나는 바람에 당분간 쉬는 건 포기했단다. 맞벌이로 일하며 조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여동생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가끔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밝고 건강하게 커가는 조카들이 고맙고, 이대로 별문제 없이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