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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Feb 04. 2024

미니멀을 지향하는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네요."


며칠 전, 어느 커뮤니티에 분리함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더니 위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사실 내 삶은 미니멀리즘과 거리가 멀다. 이사를 자주 한 데다 자잘한 짐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불장 때문에 사다리차까지 불러야 했지만, 아직 쓸만해서 버리지 못했다.


'오늘의 집'이란 사이트에서 큰맘 먹고 쓰레기 분리함을 주문했다. 조립하는 건 질색이라 완제품을 구입하니 배송 기사가 직접 설치해 준다며 연락이 왔다. 베란다에 놓으니 공간도 덜 차지하고 깔끔하다.


"고모 집에 신기한 거 많네요."

깔끔쟁이 엄마 눈엔 못마땅한 내 공간이 조카들에겐 신기한 것 투성인가 보다. 너무 깔끔하게 정리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적당한 흐트러짐을 유지한다.

쇼핑에 별로 관심이 없는 데다 유행 타는 물건은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여겨서 가구도 소품도 무난한 걸로 사는 편이다. 덕분에 가전이나 가구를 십 년 넘게 잘 쓰고 있다.

 

가구를 바꾸는 대신 마음에 드는 소품들을 사놓고 기분전환할 겸 꾸미고 있다. 얼마 전에 주문제작한 사진과 굿즈로 거실 한쪽을 장식하니 제법 그럴듯하다.


옷이나 신발, 액세서리 살 돈을 아껴 찻잔이나 커피, 디저트 등에 투자한다. 가격도 꼼꼼하게 비교하는 대신 믿을 만한 사이트 한두 개 둘러보고 적당하다 싶으면 지른다. 쇼핑하는 시간조차 내겐 인건비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잘 모르는 분야의 물건을 구입할 때는 그 분야의 전문가한테 조언을 구하거나 구매대행을 부탁한다. 몇 년 전에도 데스크톱을 바꾸려고 친구한테 부탁했더니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대신 구입해 주었다.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인맥을 넓히고 싶은 욕심에 무리하게 사람을 만나거나 관계를 이어가다 보면 소중한 내 시간을 빼앗기거나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한다.


말로만 미니멀리즘을 외치는 대신 일상 속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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