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소방안전교육을 받으러 가는 날이다. 대중교통으로 가기엔 먼 거리라 자차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주차 공간이 없단다. 주소를 검색해 보니 내가 예전에 살던 동네와 가까웠고, 즐겨 찾던 커피 방앗간도 있었다.
'근처 공영에 주차하고 택시 타고 이동하면 되겠다.'
매장 입구를 본 순간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면서 지나간 추억들이 떠올랐다. 막연히 저 동네에 살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사했는데, 알고 보니 스페셜티 커피로 유명한 카페가 집에서 오분 거리에 있었다. 처음으로 글쓰기 모임을 했었고, 바리스타 수업도 들었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커핑에도 참여한 곳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백화점에 입점했다 영도에 로스터리가 생겼고, 지금은 마린시티 매장도 짓고 있단다. 본점에 오랜만에 방문했는데, 매니저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넨다. 몇 년 동안 꾸준히 드나든 덕분인지 웬만한 직원들은 날 기억하고 알아본다.
처음에 이곳은 작은 규모의 음식점이었는데 대표님이 인수받아 리모델링한 후 전국적인 카페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카페쇼 등 각종 행사에 참가하고, 직원들 대다수가 실력파라 타지에서도, 심지어 타국에서도 소문 듣고 찾아올 정도다.
맛있는 커피로 승부하겠다는 대표님의 비전은 십 년 넘게 이어졌고, 한 때는 커피 볶는 냄새 때문에 주민들이 방앗간으로 오해하기도 했단다. 어쨌든 커피 방앗간이 오래 살아남아 나이 들어서도 찾을 수 있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