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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지 않으면 글쟁이가 아니다

by 은수달

'얼른 집에 가서 씻고 간식 먹으며 글이나 써야지.'


한동안 전시 준비로 바빠서 글쓰기는 잠시 미뤄뒀지만, 마음 한 구석엔 늘 녀석이 존재하고 있었다.


<새로 고침>이라는 제목으로 에세이를 쓰다가 얼떨결에(?) 사진전을 열게 되었고, 그 무렵 '철학'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요만 만들어둔 상태다.



원래는 플롯에 맞춰 조금씩 살을 붙여가며 쓰는데, 이번엔 방식을 좀 바꿔보기로 했다.


"큰 틀만 만들어놓고, 나머진 즉흥적으로 써보려고. 너무 틀에 맞춰 쓰다 보니까 재미가 없더라고."


소설에서 플롯이 생명이긴 하지만, 플롯도 외적인 요소와 내적인 요소로 나눌 수 있다. 리얼리티와 개연성에 목숨 거는(?) 한국소설이 때론 답답함으로 다가와서 나라도 숨통을 트여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넌 글쓰기에 대해 얘기할 때 가장 눈빛이 빛나는 것 같아."

"어쩔 수 없는 글쟁이인가 봐. 어쩔 땐 종일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아 가끔은 나쁜 남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캐릭터와 스토리, 그리고 독창성. 학부 시절, '새롭지 않으면 소설이 아니다.'라는 교수님의 말씀 때문인지, 아니면 나만의 색깔을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내고 싶다는 욕심 때문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게 된다.


무언가에 미친다는 것이 꼭 부정적인 영향만 주는 건 아닐 것이다. 공부든 사랑이든 예술이든 제대로 미치면 스스로도 놀랄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치지 않으면 글쟁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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