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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수달 Oct 07. 2024

강변북로의 추억


유튜브를 트니 서울을 드라이브하는 영상이 나온다. '강변북로, 신촌'이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떠오르는 일화가 있다.


대학원 시절, 기말 과제 때문에 친구랑 사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서로를 깨워주며 미친 듯이 과제를 했지만 숨구멍은 필요했나 보다.


"잠깐 바람 쐬고 올까?"

"그래."


엄마가 타던 자가용을 물려받아 급하게 면허를 땄고, 덕분에 가끔 야간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강변북로를 달리며 빈틈없는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일탈을 경험했다.


[2006년, 강변북로를 내려다보며]


태풍 매미로 인해 한강공원의 가로수가 쓰러지고 강물에 도로가 잠겼으며 수많은 이들이 다치거나 보금자리를 잃었다.


호기심에 무작정 한강철교를 지나 건너편 노들섬으로 향했다. 출입이 제한되어서 아쉽게 발걸음을 옮겨야 했지만, 다리를 건너면서 새롭게 만난 풍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버스 타고 강변북로를 달리다 보면 군중 속의 고독과 익명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외로움의 감정조차 사치로 여겨졌지만,  노라 존스의 음악을 들으며 와인 한 잔 마시는 밤에 기대 보았다.


어제 같은 오늘과 오늘처럼 생생한 어제, 그리고 밤안개처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 사이를 오가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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