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수달 Oct 18. 2024

연민에 대하여


대안으로 언급된 지상의 작은 쉼터에 대한 뉴스가 그저 지방자치단체장의 뿌듯함을 부풀려 주고 끝나지 않길 바라며, 빛과 땅과 휴식이 조금은 더 공평하게 주어지길 바라며. (고통 구경하는 사회, 125쪽)


어둠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휴식을 보장받지 못한 채 시들어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권리를 지켜내려는 움직임이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이 결국엔 누군가의 희생이나 돌봄 노동을 전제로 한 것임을 자각한다면, 그들에게 연민을 깊이 느낀다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그들과 공존하는 세상을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할머니의 기부의 본질 안에는 자신을 스쳐 가는 돈을 쥐고 있지 않고 필요한 사람에게 넘겨준다는 기본이 있었다. 자본주의 틀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주는 마음에 앞서 가진 게 거의 없다는 조건들을 상세히 따지고 나서야 감동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일까? (위의 책, 133쪽)


예전보다 기부에 대한 인식은 나아졌지만, 우리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는 이웃은 차고 넘친다. 가진 게 많거나 타인의 고통에 깊이 공감해야 도움을 줄 수 있는 건 아니다. 가진 게 별로 없어도, 타인의 고통이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 기부가 아닐까.


몇 년 전 생일 때 특별한 일을 해보고 싶어서 그동안 미뤄온 사후 기증을 신청했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지만, 기증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끼지 못했기에 망설였던 것이리라. 하지만 나의 작은 결심으로 누군가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거나 의학 발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 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후원 역시 사소한 일을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고,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타인에 대한 연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전 19화 고통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