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가리키며, 인간관계는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자 인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 태도를 말한다.
인간은 생애 초기에 연결이 이루어지고 애착이 형성되므로, 다른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에 공감한다.
-조니 톰슨, <필로소피랩>
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관계를 맺는 대상은 부모이다. 수많은 심리학자가 강조한 것처럼, 유아기에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어릴 적에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거나 학대를 받으며 자란 아이들이 자존감이 낮거나 애정 결핍에 시달리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거기다 사회성 발달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에 나온 아이들 대부분 부모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어서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세계 내로 던져진 존재이며, 사회와 끊임없이 갈등을 겪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반사회적 인간으로 태어난 인간은 극소수이며, 자라온 환경이나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사회 부적응자가 되기도 한다.
나도 한 때는 잉여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웠고, 점점 더 사회로부터 멀어져 갔다.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나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다 보니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뛰어들기가 점점 두려워졌다. 영화 <조커>의 주인공은 그런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사생아로 태어난 사실조차 모른 채 남들한테 비웃음을 받으며 살아온 주인공 '아서'는 코미디를 하면서 처음으로 사람들한테 인정받고 존재 가치를 느낀다. 하지만 희귀한 질환 때문에 연애는커녕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한 채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암>이라는 저서에서 악의 평범성을 언급했는데, 이는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은 광신자나 반사회적 인경장애자들이 아니라, 상부의 명령에 순응한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었다고 얘기한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라는 말처럼, 상대의 감정이나 생각을 읽을 줄 모르는 사람은 사회부적응자가 되거나 스스로의 행동을 합리화할 가능성이 크다.
직장생활에서도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거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동료나 상사, 심지어 팀원 전체가 고통받는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제멋대로 일을 처리해서 몇 번이나 언급했는데, 몇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어서 결국 제가 그만뒀어요."
모 기업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지인은 퇴사하게 된 사연을 어느 술자리에서 털어놓았다.
어느 철학자가 강조한 것처럼, 누군가를 힘들게 하거나 큰 실수를 했을 때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도 타인에게 공감하고 책임감을 느낀다는 증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