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조르주 페렉'은 1936년 파리에서 태어났고, 양친은 폴란드에서 프랑스로 이민 온 유대인이었다. 카메라가 사물을 촬영하는 것처럼, 소설 속 배경이나 인물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덤덤하게 때론 풍자적으로 묘사된다.
<사물들>이라는 소설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인물들의 상황이나 시대 배경을 어설프게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곳에서의 삶은 편하고 간단할 것이다. 사는 데 필요한 모든 성가신 의무와 문제가 자연스레 풀릴 것이다. (19쪽)
그들은 이 균형을 행복이라 부를 것이고, 얽매이지 않으면서 현명하고 고상하게 행복을 지키고, 그들이 나누는 삶의 매 순간 이를 발견할 줄 알 것이다. (21쪽)
젊은 날에 고생한 대가로 풍족하고 안락한 삶을 보장받은, 대부분이 동경하는 이상적인 삶을 주인공들은 마음껏 누리고 있다.
그들은 발길 닿는 대로 경이로움과 놀라움을 좇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세상 전부를 보고자 한다면 그곳에 살기만 하면, 그저 그곳에 있기만 하면 되었다. (96)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단편적이고 파편화된 조각의 일부일 뿐이다. 절대 손에 잡히지 않는 실체(혹은 환영)를 쫓느라 평생을 보냈으며,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작가는 암시한다.
하지만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세세한 형상 가운데 그들은 질식해 버렸다. 내용은 빛을 잃고 희미해져 갔다. 더 이상 전체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동떨어진 그림으로, 흠 없는 총체가 아니라 조각난 파편으로, 모든 이미지들이 저 멀리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모호하고, 나타나자마자 스러져버리는 암시적이고 환영에 찬 반짝임처럼, 먼지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98)
<퓨처 셀프>의 저자는 "우리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능력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 무수한 시나리오를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미래의 나와 단절되면 근시안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고 경고한다.
누군가에게 진정한 관심이 있으면, 망설이지 않고 그 사람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 자원을 기꺼이 희생한다. 누군가에게 관심이 있다면 그 관계의 발전을 위해 투자할 것이다.
-벤저민 하디, <퓨처 셀프>
자신을 소중히 여기거나 좀 더 구체적인 미래를 그리는 대신 남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에 집착하고 파편화된 이미지 속에서 살아가는 작품 속 인물들에게 삶은 의미 없이 반복되는, 지루한 영화일 뿐이다.
조지 오웰이 <1984>라는 소설을 통해 전체주의와 대립하는 개인을 다루고 있다면,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은 실체 없이 파편화된 현대 사회의 자화상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