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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

어쩌다 보니 제주행

by 은수달


오래전, <세상은 요지경>이라는 노래가 유행한 적 있다. 대통령 탄핵부터 제주항공 참사까지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일들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

"수술 아직 안 끝났대. 택시 타고 병원으로 올래?"
막내조카의 공연을 보기 위해 금요일 저녁,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바쁜 동생을 대신해 제부가 나오기로 했는데 예상보다 수술이 길어진 것이다. VIP 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간호사가 노크하고 들어왔다.
"혹시 보호자 분이세요?"
"아뇨. 원장님 처형이에요."

수술을 마무리하고 초밥을 주문하는 제부의 표정이 무척 피곤해 보였다.
"이번 겨울 수술 중 최고로 힘들었어요. 환자가 아프다고 중간에 움직이고 우는 바람에 달래 가며 겨우 마쳤네요."
"고생했어요."


집으로 가면서 제부는 환자와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가장 난도 높은 환자는 엄마가 억지로 데려온 남중생이란다.
"중학생도 성형 많이 하나 보네요."
"또래가 하니까 별생각 없이 하는 것 같아요. 근데 나중에 얼굴형이 바뀌니까 좀 더 크면 하라고 해도 꼭 하고 싶다고 고집부려요."

나름의 노하우와 철학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는 제부는 꾸안꾸 실력파이다. 하지만 미에 대한 기준도 없이 무분별하게 성형하는 요즘 애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예쁘고 건강하게 낳아준 부모한테 감사해야 해요."
"맞아요. 타고난 건 무시 못하죠."

인스타가 없던 시절에 태어나 비교 대상이 적고 형편이 비슷한 또래와 자란 것이 새삼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뉴스를 보면서 하루아침에 소중한 존재를 잃은 유가족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P.S. 각종 참사로 목숨을 잃은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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