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 주문한 지 십 분은 훌쩍 지난 것 같은데 왜 진동벨이 안 울리지? 직원이 깜박했나?'
주말 오후, 창원의 어느 대형 카페를 방문했고, 커피 대신 에이드랑 주스를 주문했다. 앞에 주문한 손님이 제법 있었지만, 주문할 때 직원이 별말 없어서 늦어도 이십 분 안에는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시계를 확인해 보니 정확히 이십오 분이 지나 있었다. 진동벨을 들고 카운터로 향하니 음료 중 하나가 쟁반에 올려져 있었다.
'한 개를 만들었으니 다른 것도 곧 나오겠지.'
그러나 오 분이 다 되도록 진동벨은 울리지 않았고, 주스는 나올 기미가 안 보였다. 직원 두 명이 주방을 오가며 음료를 만드느라 분주했고, 한 명은 주문을 받는데 뭔가 정신이 없어 보였다.
'이렇게 넓은 매장에서 주말 피크 타임에 직원을 세 명 밖에 안 안 쓴다고? 반납대는 쟁반이 쌓여 가고, 음료는 삼십 분이 다 되도록 안 나오고, 거기다 주문받을 때 예상 시간도 얘기 안 해주고... 분위기 좋은 것 빼곤 감점요소 투성이네.'
처음 방문하는 카페나 음식점은 리뷰를 대강 훑어보지만 직접 가보기 전까진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커피는 따로 만든다고 쳐도, 레시피가 복잡하지도 않은 음료를 5분이라는 텀을 두고 만든다고? 말도 안 돼!!'
아는 게 더 무섭다고 했던가. 카페일을 5년 넘게 하고, 카페 창업을 2년이나 준비했더니 매장 입구나 돌아가는 분위기만 봐도 운영방식이나 오너의 마인드가 보인다. 뷰가 좋거나 메인 상권에 자리 잡은 매장은 입지가 매출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운영이 수월한 편이다. 대신 인건비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직원을 적게 뽑아 돌려 막는 경우가 많다. 울산 쪽의 모 카페도 항상 일손이 부족하고 매장 청결 상태도 별로였는데, 결국 그 카페는 얼마 못 가 문을 닫았다.
반면, 엄궁에 자리 잡은 카페 비상은 평일 오후에도 직원이 네 명이나 된다. 역할 분담이 잘 되어있는지 주문부터 픽업까지 순조롭게 이어진다. 코로나 시절을 견디며 지금까지 꾸준히 잘 되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온천장에 있는 모모스도 커피 맛이 일정하고 바리스타의 서비스가 남달라서 일 년 내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커피에 진심인 지인은 카페 창업을 앞두고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맛있는 스페셜티 커피를 대중한테 선보이고 싶은데, 대학가 상권의 특성상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어설프게 가격 내리려고 하지 말고, 적정한 가격에 질 높은 커피를 제공하면 언젠가 손님들이 알아줄 거예요. 그리고 카페는 커피만 파는 곳이 아니에요. 커피에 진심을 담아서 보여주는 곳이죠."
그동안 카페 창업을 준비하면서 전국의 맛집을 200여 군데 돌아다녔고, 좋은 카페 혹은 오래 버티는 카페를 찾아내는 안목도 생겼다. 우연히 들른 카페나 음식점이 알고 보니 블루리본을 받거나 미슐랭으로 선정된 곳이었고, 2025년 부산 미슐랭 리스트에 오른 맛집 중 절반 가까이 방문했다.
카페 운영을 잘하려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한 것 같다.
첫째, 개인 카페인 경우 주위 상권 및 자주 찾는 고객의 성향을 꼼꼼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전문가한테 컨설팅을 받거나 브랜드 스토리를 만든다.
둘째, 프랜차이즈 카페인 경우 다른 매장을 방문해서 벤치마킹하거나 관련 교육을 받는다.
셋째, 매출이 적다고 불평할 시간에 매출을 올리거나 매장 분위기를 바꿀 방법을 연구한다.
넷째, 손님의 입장이 되어 매장 인테리어부터 동선, 직원들의 태도, 커피 맛 등 꼼꼼하게 점검해 보고 개선점을 찾는다. 손님한테 컴플레인이 들어온다면 차분하게 이유를 들어보고 적절한 조치를 해준다.
다섯째, 무조건 손님 말을 들어주기보단 매뉴얼을 만들어 손님의 부당한 요구를 부드럽게 거절한다. 어린 자녀를 동반하는 손님한텐 키즈 케어를 부탁하거나 주의를 준다.
여섯째, 시간 날 때마다 매장 안을 둘러보면서 청결 상태나 테이블의 수평 등을 파악한다. 생각보다 테이블의 높낮이가 안 맞는 매장이 많다.
일곱째, 바쁜 시간에는 직원들한테만 맡기지 말고 주문을 받거나 설거지라도 도와준다. 그리고 직원들 사이에 불화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 쓴다. 직원들의 불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기 방식만 고집하던 모 카페의 사장은 직원들이 한꺼번에 그만두는 바람에 혼자 남은 일을 감당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