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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볼모 잡히지 않으려면

by 은수달


"자꾸만 과거에 볼모 잡힐래? 아님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해볼래?"

청춘의 절반을 가족을 위해 희생했지만, 제대로 된 보상은커녕 인정도 받지 못한 K가 있다. 고향에만 내려오면 이상하게 컨디션이 안 좋거나 과거의 상황이 떠올라 괴롭다고 했다.


처음엔 일시적인 거라 여겼지만, 그러한 감정이 반복된다고 했다. 원인을 찾다 보니 여전히 K는 과거의 상처에 붙들려 전혀 상관없는 일들도 그때와 무의식적으로 연결 짓고 있었다.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에 별로 의미두지 않아서 그런지 후회도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내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고, 한때는 부모를 원망한 적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어떻게 할 수 없는 과거를 곱씹는다고 해서 기분이 나아지거나 상황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과거에 볼모 잡히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눈앞의 상황에 집중하되, 좀 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모기를 잡으려 너무 애쓰다 모기를 놓치는 것처럼, 너무 힘을 주고 있으면 현재도 미래도 저만치 달아나버린다.

어느 휴일 저녁, 재즈 음악을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과거의 상처에서 한발 더 멀어져 있을 나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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