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밖이라서 그런데 문 앞에 두시면 입금해 드릴게요]
친척한테 선물 받은 올리브유를 당근 마켓에 올렸는데, 십 분 만에 구매의사를 밝히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하지만 본인이 사는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달라고 해서 거절했다.
당일 저녁에 직거래 가능하다고 했더니 낮에 찾으러 갈 수 있다며 집 앞에 보관해 달란다. 그래서 택배보관함에 넣어둔 뒤 외출했다. 하지만 저녁에 나갈 수 있다며 원래 지정했던 장소에서 보잔다.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다. 시간이 남아서 쇼핑몰을 둘러보고 있는데, 또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남편이 당근을 싫어해서요... 그냥 문 앞에 두시면 내일 찾으러 갈게요]
약속 시간을 이십 여 분 남겨두고 갑자기 날짜를 바꾼 것도 황당했지만, 그 이유가 더 납득하기 힘들었다.
'올리브유 구입하면서 남편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인 건가? 그랬다면 솔직하게 사정을 얘기하고 양해를 구해야지... 이렇게 일방적으로 약속 장소랑 날짜를 바꾸는 건 아니지 않나?'
결국 약속 시간을 여러 번 바꾸어서 거래가 힘들 것 같다며 거절했다. 하지만 기분이 영 찜찜했고, 또다시 당기꾼(?)* 한테 당했다는 생각에 괘씸했다.
*당기꾼: 당근마켓에서 매너 없이 굴거나 사기 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 (저자가 창작한 단어)
"나온 김에 바람막이나 살까요?"
의류 매장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바람막이 외투가 있어서 입어보려고 했다. 손에 가방이랑 셔츠가 있어서 바구니에 잠시 내려놓았다. 마침 사이즈가 잘 맞아서 구입했는데, 계산하고 나오는 순간 셔츠가 보이지 않았다. 주위를 다 둘러보았지만 검은색 셔츠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2만 원짜리 당근 거래하려다 약속도 취소되고, 어렵게 구입한 셔츠만 분실했네.'
옷부터 가방, 신발, 책, 에어컨 등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했고, 매너 평가도 좋게 받았다. 시간 약속을 무엇보다 중요시해서 칼같이 지켰고, 구매자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직접 갖다 주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제멋대로 약속 시간이나 장소를 바꾸는 구매자는 노답이다. 심지어 5분 전에 갑자기 시간 변경을 원해서 취소한 적도 있다.
당근 마켓을 현명하게 이용하려면 몇 가지 수칙이 있다.
1. 판매하려는 물품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입력해 두자. 이미지는 1:1 비율로 업로드 가능하므로, 처음부터 크기를 조정해서 촬영하면 편하다.
2. 판매자뿐만 아니라 구매자의 매너 온도 및 평가도 살펴보자.
3. 가능한 직거래를 유도하고, 물품 거래가 편한 장소를 지정하자.
4. 시간이랑 장소를 협의한 뒤 약속 알림을 보내자.
5. 구매자가 장소나 날짜를 바꾸자고 하면 한 번만 허용해 주자.
6. 택배 거래를 원할 경우 선입금을 원칙으로 하자.
7. 메시지가 오면 빠른 시간 내에 답장하자.
8. 판매자가 무조건 선입금을 요구하면 사기꾼이 아닐지 의심해 보자. 고가 물품 거래 시 이와 같은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9. 약속 시간보다 늦어질 경우 미리 알리고 양해를 구하자.
10. 쓸데없이 트집 잡거나 간 보면서 판매자를 괴롭히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