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이어 사장님의 텃밭 농사는 재개되었고, 대도시 속에서 농사 체험을 공짜로 하게 되었다.
"나이 들면 귀농하고 싶어요."
"농사 지어본 적 있어요? 텃밭이라도 가꾸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걸요."
어릴 적에 외가가 토마토 농사를 지었고, 덕분에 짭짤이 토마토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농사짓느라 허리 펼 틈도 없이 고생한 외할머니를 생각하면 애잔해진다. 그리고 외가가 시골에 있긴 했지만, 난 자타공인 도시 여자다. 시골 체험은 반나절로 충분하다.
1. 텃밭에 거름을 뿌린 후 골고루 다진다.
2. 모종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적당한 간격으로 심는다.
3. 모종이 바람에 날려가지 않도록 땅을 한 번 더 다진다.
4. 물을 충분히 뿌려준다.
5. 모종에서 열매가 나기 시작하면 물을 충분히 주고 고추나 토마토는 줄기가 휘어지지 않도록 뼈대(?)를 만들어준다.
6. 적절한 시기에 수확한다.
몇 년 전 여름, 운 좋게 수박이 열렸는데 사장님이 지인들한테 보여준다며 차일피일 수확 시기를 미루었고, 결국 수박은 썩어버리고 말았다. 대신 토마토, 오이, 상추, 부추 등 다양한 채소를 수확해서 고기를 구워 먹을 때 곁들였다. 상추를 먹어 없애야(?)한다는 명분으로 우린 한 달에 한두 번 삼겹살 파티를 벌였다. 채소를 손질하고 고기를 굽는 건 내 몫이었지만.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적당히 불어서 그런지 옥상 텃밭에는 뭐든 잘 자라는 것 같다. 올해도 무사히 잘 자라서 직원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