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죽음이 눈 앞으로 다가온 듯한 두려움
2024. 7. 22 건강검진
2024. 7. 25 조직검사
2024. 7. 31 유방암 진단
2024. 8. 2 CT, PET-CT 촬영
2024. 8. 6 CT, PET-CT 결과 상담
2024. 8. 6 MRI 촬영
2024. 8. 9 MRI 결과 상담
나는 멘탈이 꽤 강하다. 어릴 때부터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는 무한 신뢰와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부모님 덕이 아닐까 싶다. 좋지 않은 일이 닥치더라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고, 그게 몸에 배어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나 스스로가 좋았다.
그런데 이번엔 진짜 두려움을 맛보았다. 속절없이 무너졌고 생각의 악순환을 멈출 수가 없었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8월 2일, 나는 CT와 PET/CT 촬영을 했고, 그 검사 결과를 받아보러 8월 6일에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별다른 이상 없어"라는 말을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새로운 정보들이 주입되었다.
G: CT 상에 보면 림프가 살짝 부어있어. 전이는 아닐 것 같긴 한데 일단 MRI를 찍어봐야 알 것 같아.
그뿐만이 아니었다. PET/CT에는 유방암이 위치한 왼쪽 가슴 이외에도 척추 부근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암세포의 주 에너지원은 포도당으로, 정상세포보다 훨씬 높은 속도로 대사를 진행하는데, PET/CT는 이를 이용한 진단법이다. 포도당과 유사한 물질을 주입한 후, 해당 물질이 소비되는 부위를 촬영하여 암세포의 위치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밝게 빛난다는 것은 암이 위치해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G: 여기 보이지? 최근에 혹시 운동하거나 허리 다친 적 있어?
아니...?
G: 너 테니스 친다고 했지? 운동 때문에 염증이 생겨서 이렇게 보이기도 해. 걱정하진 않아도 될 거야.
나 테니스 못 친지 오래됐는데..
G: 일단 MRI를 찍어보자. 림프 포함하는 왼쪽 가슴이랑 척추 찍는 걸로 전달해둘게. 최대한 빨리 찍자. 오늘 오후 6시에 가능해? 결과는 이틀 후면 나올 거야.
G는 나를 그날 당장 촬영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너무나 고마웠던 한편으로는, 아.. 내 케이스가 정말 촌각을 다투는 일이긴 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마냥 좋아할 수도 없었다.
진짜 지옥은 결과를 들으러 가기 전 날 시작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breast cancer, 유방암 등을 검색하며 지식을 쌓아나가고 있던 나는 유방암이 전이 재발이 굉장히 잦은 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척추 뼈 전이는 그중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뒤로 나는 전이에 대한 자료를 끊임없이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파면 팔수록 절망적이었다. 뼈 전이는 원격 전이로 발견되는 순간 4기로 진단되고, 더 이상 완치는 없고 그때부터는 연명을 위한 치료로 진행된다고 했다.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다.
최근에 척추에 무리가 갈 일은 없었는데. 바로 이렇게 1기에서 4기로 가는 경우도 아주 드물지만 있는 것 같은데. 만약에 맞으면 어떡하지? 나는 그날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전이가 아니면 도대체 밝게 빛나던 내 척추는 뭘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이지? 기억나는 거라곤 9개월 전에 이삿짐 들다가 허리 삐끗해서 아팠던 게 한 달 정도 지속됐던 것뿐인데. 이제 안 아픈지 너무나 오래됐는데 설마 그거일까? 그랬으면 너무 좋겠다. 하지만.. 아니면 어쩌지?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은 금물. 이것저것 검색해서 걱정하는 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아무리 노력해도 긍정적으로 회로를 돌릴 수가 없었고 나는 그날 밤새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며 수렁으로 끌려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