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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zoos Jul 05. 2019

오래 된 화장실의 변신

23살 화장실의 변신은 무죄

공간에서 화장실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화장실처럼 개인적이고 내밀한 공간이 또 있을까. 휴양지를 좋아한다. 휴양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휴양지의 리조트가 좋아서다. 리조트가 좋은 이유는 리조트의 욕실이 좋아서다. 그렇다면 휴양지를 좋아하는 건 리조트의 욕실이 좋아서인가. 리조트의 잘 정돈 된 욕실을 보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아 진짜로 쉬러 온게 맞구나.' 한다. 그래서 우리집의 화장실 컨셉은 생각할 것도 없이 잘 정돈 된 '리조트 욕실'로 정해졌다.



파란바다와 아이보리 색감의 조화를 좋아한다.


셀프 리모델링을 계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타일이었다. 예산의 절반이 타일에 들었으니 말 다 했다. 욕실의 타일은 내추럴한 스톤 느낌이었으면 했다. 아이보리, 크림 톤의 타일에 눈길이 계속 갔다.



청순하면서 빈혈이 있을 것 같은 색감. 딱 내가 원하는 색감이었다. 특별하고 유난스럽지 않은 멋진 욕실을 갖고 싶었다. 후에 공간을 단순화 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비싼 공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 꾸던 꿈을 깨고 현실을 보자.

현실은..이러했다.


이런 화장실을 원하는데



23년 된 화장실, 벽지형 천장


23년 된 화장실을 어떻게 바꾸면 리조트 느낌의 욕실로 변신 시킬 수 있을까.





논현동 윤현상재로 달려갔다. 시간 나는 날이면 갔으니 최소 세 번 이상 방문했던 것 같다. 윤현상재를 가기 전에 화장실에 필요한 타일을 회베로 계산해가면 도움이 된다. (숫자에 약한 나는 실측한 도면을 가져가서 직원의 도움을 받았다. )




윤현상재는 소문이 자자한 타일 가게에 걸맞게 타일의 종류와 양이 어마어마했다. 손님용 화장실 자체가 쇼룸이다. 들어가는 화장실마다 '우리집 화장실이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화장실에 쓰인 타일 넘버링과 가격, 연계 된 액세서리의 출처에 대해 알 수 있다. 트렌디한 타일과 액세서리를 보는 데 눈이 즐거웠다. 참고로 윤현상재는 세면대 등의 액세서리를 취급하지는 않는다. 윤현상재와 콜라보 하는 브랜드 액세서리 들이 있다.



윤현상재 화장실

우측 세면대가 마음에 쏙 들었으나 가격의 압박과 실용성 부분에서 고민하다 패스했다.



스톤 텍스처 타일. 간접 조명 있는 거울이 마음에 들었다.



픽한 타일. 크림 톤의 타일로 조명에 따라 색감이 달리 보인다. 유난스럽지 않지만 단정하고 가볍지 않은 딱 원하던 타일이었다. 쇼룸까지 다 둘러보고 여러 번 방문 끝에 Basal one(타일 이름)을 고르게 됐다. 우리집에서 가장 비싼 타일인데 가장 특징이 없다. 굳이 특징을 꼽자면 조명과 빛에 따라 색감이 달라 보인다는 점. 그게 너무 아름답다!




윤현상재와 연계 된 Bathing Plaza도 다녀왔다. 고급스럽고 예쁜 악세서리들이 많으나 가격의 압박이 있었다. 논현동 일대를 휘젓고 다니면서 어떤 세면대와 수전과 샤워기를 선택할지 화장실의 구체적인 구조를 정해 나갔다.





오랜 발품과 고민 끝에 탄생한 23년 된 우리집 욕실을 공개합니다.



자, 들어오세요!

잠깐! 23년 된 화장실을 기억하시죠?


.


.


.


.


애프터


상부장 있는 게 싫어서 서랍형 세면대를 선택했어요. 화장실 벽면이 너저분 해지는 게 싫더라고요.


위에서 본 세면대 입니다.

액세서리 대부분이 Square해요.

이 아름다운 수전은 독일 그로헤라는 브랜드인데요. 직구를 했어요.


날렵하기가..... 완벽에 가까워요. 그 완벽함이 제 마음을 훔쳐 갔어요.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제품을 좋아하는데 그로헤가 그래요.(강박과 집착이 좀 있습니다.흠흠) 저 같은 분들 좀 있으시죠? 비싸지만 그래도 그로헤 추천합니다.



물 나오는 입구는 친절하게 둥그렇게 빠졌어요. 분노의 세수하다 다칠 일은 없어요.



음... 뭐가 없는데? 뭐가 없을까요?



바로 이것 칫솔 걸이. 칫솔 걸이는 욕조 위에 있습니다. 칫솔걸이와 선반을 줄 눈에 맞춰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선반도 하나면 충분합니다


이렇게 두고 써도 전혀 불편하지 않습니다. 왜냐, 욕실이 매우 좁기 때문이죠. 세면대에서 돌아서면 칫솔걸이가 바로 손에 닿는 크기와 구조입니다. 수건 걸이도 한 라인에 있습니다. (이것도 줄 눈에 맞춰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시공자 분들이 저를 피곤해 하셨어요. 많이 죄송했어요..)



또 없는 게 있어요. 샤워 커튼이 없어요. 스크린이 따로 없는 이유는 화장실을 습식으로 써요.

그리고 스크린에 끼는 물때를 싫어해서 없이 살아요. 이사한 지 거의 1년쯤 돼가는데 불편함을 못 느껴요. 사용 후 1년 뒤 찍은 사진들 입니다.



그리고 특별히 바닥을 포인트 주지 않고 같은 타일을 반으로 잘라서 시공했습니다.


조금...리조트 화장실 느낌이 나는 것도 같습니다.


간접 조명이 있는 화장실 거울을 꼭 갖고 싶었어요. 제 로망이었거든요. 업체에 알아보니 부르는 게 값이었어요. 신랑이 며칠 고민하더니 이케아 거울에 T5 조명을 설치해서 뚝딱 만들어줬어요.


변기는 비데를 놓았는데요. 전기 공사 때 전선을 밑으로 내리기 위해 콘센트를 증설했습니다. 보통은 비데를 두면 전선이 벽 위로 올라가거든요. 전선이 보이는 게 싫어서, 하부쪽에 콘센트 증설을 전기기사님께 부탁드렸어요. 이때 하는 작업이 '까데기'입니다.


버튼과 휴지걸이는 옆에 부착했어요.


위의 콘센트는 그대로 두고 가끔 드라이할 때 사용합니다.


휴지걸이. 줄눈에 딱 맞춰서 설치 부탁드렸는데 잘 안 맞아서 볼 때마다 스트레스받아요. (누가 저 좀 말려줘요.)


천장은 우물형 타입이 싫어서 따로 주문을 했어요. 원하는 부분에 타공을 해서 조명을 넣었습니다.


환풍기도 원래 있던 푸른빛 도는 거에서 천장과 비슷한 웜톤으로 교체했어요. 신랑이 제발 그만 좀 하라고 할 때쯤 공사가 끝났어요.



조명에 따른 타일 색감 차이예요.



저는 개인적으로 불을 안 켰을 때 창백해 보이는 이 색감이 가장 좋아요.



이상 오래 된 화장실의 변신이었습니다.

리조트형 화장실이 된 것 같나요? 저는 꽤 괜찮은 화장실이 된 것 같아 만족하며 살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channel/UCfJB1MEDuhfabBT3IAd9Asg?view_as=subscri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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