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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zoos Oct 05. 2019

조리원 동기 꼭 있어야 해? (2)

아이고 사는데 지장없다.


그렇게 친구가 되었다. 통성명만 했지 호구조사는 하지 않았다. 나보다 동생인 것만 알았고 서로 응원하면서 퇴실을 했다. 이후 카톡으로 연락을 했고 서로의 호칭은 **씨, 언니였다.


어느 날 시간이 맞아서 만남을 하게 되었고 우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갔다. 그녀는 나보다 7살이 어렸고 승무원이라고 했다. 승무원은 임신이 확인되는 순간부터 휴직을 받을 수가 있다고 했다. 내년이면 복직을 하게 될 텐데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해서 걱정이 많다고 했다.

"와. 부러워. 복직과 함께 프리덤이네."
"언니. 좋기도 한데 저 같은 경우는 주변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해요. 비행을 한 번 시작하면 며칠씩 집을 비워야 하는데 그동안 애를 맡겨야 하잖아요. 그렇다고 일을 그만둬버리면 경력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일도 없어요."
"난 쌍둥이라 당분간 일하는 건 꿈도 못 꿔. 딱 3년만 아이 키우고 일 시작할 거야."


우린 호칭에 대한 얘기도 했다.
"언니. 저는 요즘 누가 아기 이름 넣어서 ** 맘이라고 부르면 기분이 이상해요."
"나도 그랬어. 난 심지어 누가 산모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어색했어. 왜 자꾸 사모님 사모님하나 했다니까."
"누구의 엄마라고 불리는 거 당연한 건데 전 아직도 제 이름으로 불리는 게 좋아요."
"나도 나도!"


신체의 변화에 대한 얘기도 했다.
"우리 예전의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라고 말하며 그녀는 눈물이 글썽했다.
.....
우린 잠시 침묵했다.
"임신은 정말 여자 몸을 갈아서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모든 게 예전 같지 않아요."
"글쎄.. 예전으로 돌아가진 못해도 너는 젊으니까 회복이 빠를 거야."라고 위로했다. (누가 누굴 위로해..)

우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했다. 그리고 육아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도 많이 얻었다. 그런데, 육아에 대한 정보도 많고 모든 걸 빠삭하게 잘 아는 그녀와 대화를 하고 있노라니 ‘나는 과연 육아를 잘하고 있는 게 맞나’ 의문이 생겼다. 아니 의문 말고 죄책감.


나 잘하고 있는 거 맞나. 그 흔한 육아서 한 번은 안 읽고 마음대로 육아를 하고 있는 게 잘하고 있는 것일까. 닥터*가 좋다던데. 한 권 사야 하나.(집에 있는 육아서나 읽으시지요. 쌍둥이 어무이.) 쌍둥이라 정신이 없다는 이유로 정보에 뒤 쳐지나.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조리원 동기와 심적 위로와 지지를 하고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서 유익하긴 하나, 뒷 맛이 찜찜했다. 나만 외딴섬에 있는 것 같아서, 우리 애들을 섬에서 자라게 하는 것 같아서.


만남 후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언니. 혹시 조리원 동기 카톡방에 초대해도 돼요? 언니 조리원 퇴실하고 연락처 주고받은 사람이 있거든요.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우면 거절하셔도 돼요. 저 포함해서 4명이에요."
"단톡은 잘 안 해서 괜찮을 거 같아."
"다들 환영한대요. 매번 카톡 못해도 이해할 거예요. 그래도 부담스러우신 거죠?"
"응. 난 단체 카톡이 좀 힘들더라고. 은근 예민해. ㅎㅎ 그래도 물어봐 줘서 고마워!"
라고 단톡 방을 거절했다.


조리원 동기는 한 명만으로 족하다.

동네에서 친구 사귄 게 처음인데 갑자기
4명은 너무 많잖아.

좋은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기쁘다.

역시 마음을 먼저 열어야 친구가 생기는 거구나.
낼모레 40인데 이런 생각하는 난.....  도대체 뭐냐.


그래서 조리원 동기가 꼭 있어야 하냐고?

조리원 동기는 있어도 없어도 사는데 큰 지장 없다.

선택은 그대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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