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비상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뭐지, 불났나.
놀란 신랑은
"기다려. 내가 확인해 보고 올게. 잠 깨고 기다려."라고 말하고 다급하게 나갔다.
사이렌 소리는 계속해서 울리고
신랑은 꽤 늦게까지 오지 않았는데
잠이 깬 나는 혹시라도 불이 났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시뮬레이션을 했다.
신랑이 불이 나서 집으로 못 들어오는 거면,
멜론과 사과를 양손으로 들고,
비상구로 뛰어가야 하겠구나.
혹시 모르니까 비상 상황을 위해
휴대폰은 주머니에 넣어야겠다.
뛰다가 넘어지면 어떻게 하지?
조심히 사람들에게 압사되지 않게 내려가야겠다.
아가들이 무거워서 힘들면 어쩌지,
집이 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내게 보석 같은 존재가 생겼네.
불이 나면 지켜야 하는 존재가 생겼어.
혹여 내가 다치더라도 너네는
머리카락 한올까지도 지켜줄 거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신랑이 돌아왔다.
"오작동이래."
"............... 어.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