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잔소리를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한다. 각자 인생 각자 스타일대로 삽시다. 이런 스타일.
신랑은 신혼 때 잔소리를 많이 했는데 이젠 잘 안 한다. 본인 방식에 맞춰줬으면 했는데, 내가 꿈쩍도 안 하니 포기했다. 결혼 9년 차 이젠 그냥 각자 스타일대로 하고 상대방의 방법이 맘에 안 들어도 잔소리 안 하고 조용히 처리한다.
예를 들면 드라이어 입구를 나는 세로로 신랑은 가로로 쓰는데, 각자 쓸 때마다 돌려쓴다. 치약을 중간부터 쓰던 끝부터 쓰던 각자의 방식을 존중한다.(치약 쓸 때 필요한 존중이란!)
신랑 책상에 쓰레기가 쌓이든 말든 내 영역이 아니니 잔소리 안 한다. 다만 공동으로 쓰는 공간을 마음대로 바꾸거나 침범했을 때 그때는 한소리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서로 알아서 조심하기 때문에 잔소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우린 서로에게 잔소리를 잘 안 한다.
내게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몇 안 되는데
최종 보스는 당근 시어머니.
그런데 시어머니를 능가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산후도우미 님.
산후도우미 업체를 알아보며 요구했던 단 한 가지가 있었다.
"말씀 없는 분으로 보내주셨으면 좋겠어요. 말 많은 분을 제가 좀 힘들어하거든요."
업체에서는 걱정 말라고 산모한테 말 많이 시키지 말라고 교육하고 있다고 했다. 혹시 몰라서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말씀 없는 분으로 꼭 좀 부탁드려요."
"걱정 마셔요. 그렇게 할게요."
그렇게 산후도우미님이 오셨고, 처음에는 조심하시는 듯 싶더니, 익숙해지자 자꾸 말을 걸어오셨다. 그 대화 안에는 쌍둥이를 시험관으로 했는지, 시험관을 몇 번 했는지, 자기 며느리는 시험관을 해도 딸 하나밖에 못 낳았다, 우리 집 개가 상팔자라는 둥, 며느리도 개를 키우는데 못마땅하다 등등 이전에 갔던 집의 산모를 험담하거나, 이전 집의 개를 험담하거나, 며느리를 험담하거나... 별로 유익한 대화는 아니었다. (험담 3단 콤보가 산모, 강아지, 며느리였는데 그 셋에 나는 다 포함돼 있었다.)
그래도 이모님은 일은 잘하셨다. 밥도 차려주시고, 아침잠도 3-4시간 자게 해 주셨고, 빨래도 해주셨고, 무엇보다 산책을 1-2시간이라도 하는 거에 별말씀 안 하셨다. 그래서 그냥 침묵이 불편하신가 보다 하고 들어 드렸다.
그런데 이분 자꾸 잔소리가 늘어난다. 아기 용품을 보면서 '엄마가 상술에 넘어갔네.', 집에 없는 물건에 대해 '아직 *** 안 샀어요? 하나 사요.', 아기 안는 자세에 대해 잔소리, 강아지 간식 사는 거 보고 잔소리, 내 피부 트러블에 대해 잔소리, 화초에 대한 잔소리, 모유를 먹여라 마라 잔소리, 택배도착할 때마다 잔소리. 택배 상자 열 때마다 관심 보이시는 것도 싫다. 무엇보다 자꾸 사적인 질문을 하셔서 불편하다. 내겐 무신경이 최고인데 왜 자꾸 관심을 가지실까. 어차피 한 달 하고 가실 건데...
경험이 있어서 다른 사람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좋은 것으로 했으면 하는 마음도 이해되지만, 그건 자기 경험이지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지 않나. 본인의 경험이 최고라고 생각하고 남에게 강요하는 거 불편하다. 물론 경험치가 적은 사람이 답답해 보이기도 하고,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만 시행착오 속에서 새로운 결과나 경험이 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모님 말씀 좀 그만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힘들어요.'라고 말할 용기가 있을까. 제발 모르는 거 물어봤을 때나 고압적이지 않게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시어머니 잔소리 싫어서 혼자 육아하기로 마음먹은 내게 제2의 시어머니가 나타날 줄이야.
엄마한테 이모님 짜증 난다고 말했더니 하시는 말씀이 '너 성격 진짜 더러워.'라고 하셨다. 참나. 내 성격이 좋은 성격은 아니지만 딸 성격 보고 더럽다니. '엄마가 더 더러워.'라고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