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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zoos Oct 08. 2019

같은 뱃속, 다른 기질

쌍둥인데 달라도 너무 달라!


기질은 성격의 타고난 특성과 측면들이다.

예를 들면 불안과 긴장을 나타내는 아기들은 나이가 든 위에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특질과의 차이는 기질이 특질에 비해 정서와 더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즉 기질은 차분함, 불안, 긴장 등 구체적인 정서적 특징들과 관련이 있다.

- 네이버 지식백과



확실히 타고나는 기질이 있는 것 같다.

같은 배에서 태어난 신생아인 멜론, 사과의 기질도 달랐다. 사과는 예측이 가능했다. 밥을 먹고 나면 2-3시간 만에 깼다. 중간에 깨면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살짝 어르고 달래주면 금세 다시 잠이 들었다.

반면 멜론이는 예측이 불가능했다. 밥을 충분히 주고 트림시키고 기저귀도 갈아주고 어르고 달래도 설소대를 보이며 빼액 울었다.

하루는 새벽 2시에 멜론이를 먹이고 트림시키고 기저귀를 갈았다. 이만하면 되었겠지 토닥토닥 재워서 침대에 눕히려고 하자 등만 살짝 대도 응애응애 울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등센서 인가.)


달래고 눕히고를 반복하다 보니 2시간 정도 지나 있었다. 결국 사과 깰 시간이 되었고 둘이 동시에 울기 시작했다. 사과를 급히 먹이고 멜론이를 달래는데 도통 울음을 멈추질 않는다. 허리는 아프고 졸리고 짜증이 확 나서 "뭐 어쩌라고!" 소리를 질렀다.


이 목소리는 부부 싸움할 때 단전에서 나오는 소리다. 자던 신랑이 놀래서 "왜. 무슨 일이야." 헐레벌떡 거실로 뛰어나왔다. "아무것도 아니야." 눈물이 나올 거 같았는데 아직 울지 마. 벌써 울면 안 돼. 스스로 다독였다. 휴... 한 달밖에 안된 애한테 소리를 질렀다니!

사과는 기저귀가 흠뻑 젖어도 새근새근 잤다. 멜론이는 어느 한 부분 조금만 불편해도 고구마처럼 얼굴이 까매질 때 까지 울었다.

사실 멜론이는 태어나자마자 조금 아팠다. 호흡하는 게 힘들어서 청색증이 왔다고 했다. 사과는 신생아실로 갔던 반면, 멜론이는 인큐베이터에서 있었다. 그리고 뱃속에 있는 동안 멜론이가 조금 눌려 있었다고 한다. 자세를 조금만 바꿔도 발로 바둥바둥 차던 애가 멜론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당연히 멜론이가 사과보다 훨씬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는 기질이라고 생각했고 손이 한 번이라도 더 갔다.


그런데 그 생각이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걸 아이들이 성장을 하며 알게 되었다. 멜론이는 신체적인 불편감을 잘 못 견디지만 무던한 성격인 반면, 사과는 스트레스를 안으로 삭히는 아이였던 것이다. 오히려 더 예민하고 섬세한 아이는 사과였다.


기질을 파악하는 건 육아의 첫걸음이었다. 자신의 욕구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멜론이와 스트레스를 참아서 겉으로 순한 아이로 보이는 사과의 육아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게 되었다.


더 자주 운다고 멜론이를 한 번 더 안아줬었는데, 순하게 가만히 있는 사과도 잊지 않고 안아주고 다독였다. 쌍둥이를 기르며 잊지 않아야 할 공평함과 균형감이란 쉽지 않지만 중요했다.


쌍둥이지만 다릅니다. 많이.


어떻게 한 뱃속에서 나왔는데 이렇게 다를까.

아이들의 기질을 파악해 가는 것도 쌍둥이를 기르는 재미 중 하나. 쌍둥이지만 다르다. 많이.


아이들의 성향이 다른 것 환영이다.

자주 울어도 예민해도 괜찮아.

엄마도 많이 울었고 예민하게 자랐단다.

다만 엄마가 미성숙하네.

운다고 소리나 지르고...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자신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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