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inezoos Oct 04. 2019

쌍둥이 아기 이름 짓기

On & June

쌍둥이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임신 기간 내내 고민했다.


1.하루, 하민

2.하루, 이루

3.하루, 하진

4.봄, 여름

5.산, 강

5.하늘, 바다

6.재오, 태오 or 테오


번뜩이는 이름이 떠오르면 메모를 해 두었다. 여러가지 안을 내놓으면 신랑은 보기 좋게 깠다. '더 좋은 거!' 그럼 당신이 좀 해봐. 했지만 신랑은 아기 이름을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아이디어가 없는 거야, 정성이 없는 거야.


작명소에서 아기 이름을 짓지 않기로 했기에 작명 센스를 발휘해야 했다. 예전부터 외자 이름을 가진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20대 때 소개팅을 했는데 남자 이름이 '산'이었다. 얼굴은 기억이 안 나는데 이름이 인상적이어서 아직까지 기억을 한다.


외자로 이름을 만들어 보기 시작했다. 예쁜 음절이 있으면 아기 성과 조합이 잘 되는지를 보고 실제로 써 보고 이름의 모양도 봤다. 한날에 태어나는 쌍둥이니 아기 둘의 이름이 잘 어울렸으면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온'이랑 '준'이라는 이름을 노트에 써 봤다.


오... 오니랑 주니랑 예쁜데!

온이야. 준이야. 어감도 입에 착 감겼다.


그날 밤 신랑에게 조심스럽게 이름을 꺼냈다. 신랑은 처음으로 좋다고 했고, 친구 몇 명에게 얘기했는데 다들 반응이 좋았다. 잠정적으로 이름은 결정이 되었고 아기가 태어난 후 이미지를 보고 이름을 붙여주는 게 좋을지도 고민했다. 그런데 그건 나를 포함한 어른들의 선입견이 들어갈 것 같아서 태어나는 순서대로 '온' 그리고 '준'으로 붙여주기로 했다.


이 이름은 임신 중기쯤 결정되었는데 시부모님은 별로 안 좋아하셨다. 아기 이름을 외자로 하는 게 별로셨나 보다. 그 뒤로 신랑도 망설이길래 더 좋은 이름이 있는지 고민해보고 가져와 보라고 했다. 신랑은 몇 달 고민하더니, 계속 생각해봐도 온이랑 준이보다 더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최종 결정되었고 아가들이 태어나고 일주일 만에 출생신고를 했다.


출생 신고를 하고 며칠은 '이름 잘 지은 거 맞나.' 결정에 대한 확신이 조금은 흔들렸는데, 우리 부부가 아닌 누군가가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니 안심이 되었다. 병원에서 처음으로 ‘온이랑 준이 들어오세요.' 하는데 살짝 설레었다.



온이야. 준이야.

너희들 이름이 이렇게 탄생했단다.

따뜻하고 평온한 삶을 살길.

선한 영향을 끼치며 건강하게 살아가길,

엄마는 항상 기도할거야.

엄마가 태어나길 참 잘했어.




이전 03화 쌍둥이 태명 짓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