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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zoos Oct 17. 2019

남편, 너만 싫어

'나 요즘 싫은 사람 없는데 너만 싫어.'

신랑한테 한 말.

진짜 신랑이 싫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육퇴를 하고 한가로이 앉아있다가 집안의 행정을 보는 게 힘들다는 고충을 말하는데 '그거 솔직히 힘든 일 아니지 않니.' 하면서 신랑은 쳇하며 비웃는 웃음을 지었다.


집안의 행정이란 기저귀, 분유, 아기세제, 아기 섬유 유연제, 아기전용 핸드워시, 아기전용 세정제, 아기 로션, 아기 샤워젤, 아기 비상약, 성장발달에 따른 장난감 및 용품, 부부가 먹을 밑반찬 및 간식 등등이 떨어지지 않게 재고 파악을 하고 채워 넣는 것.


게다가 우리집은 쌍둥이라 보통의 두 배를 신경 써야 한다. 그것이 자기한텐 별일이 아닌데, 내가 힘들다고 징징거린다고 말한 것이다.


이게 별일이 아닌 게 아니라는 건 해 본 사람만 안다. 힘든 일 아니면 당신이 다 하지 그래? 했더니 자긴 그럴 여력이 없단다. 물론 신랑이 돈을 벌어오는 것도 힘든 일인 걸 안다. 난 그 부분도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더니 그냥 서로 힘든 상황이니 묵묵히 꾹 참고 살면 안 되겠니 하는 신랑. 너나 소같이 참으면서 살아. 난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거야. 빽 소리를 질렀다.



또 하나


나 요즘 정상 아냐. 살면서 요즘처럼 불안하고 긴장되는 때가 없었어. 정글 속에 뛰어든 것 같다고, 지금껏 힘든 일 많이 해봤지만 지금처럼 힘든 적이 없었다고. 직장생활하다가 최악은 그만두면 돼. 인간관계 힘들면 안 보면 돼. 모든 상황의 최악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그런데 아가들과의 최악은 무서워서 상상할 수도 없어. 우리집은 하나도 아니고 둘이야. 그래서 항상 너무 긴장되고 불안해. 이런 심정 나만 그래?


응. 너만 그래. 난 어떤 일이 있을 때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아. 너 아까 정상 아니라고 말했지. 그런 너랑 사는 내가 얼마나 힘들지는 생각 안 해봤어?



...... 나는 말을 멈추고, 집안 정리를 하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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