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멜론, 사과 50일 기념 셀프 촬영
아가들이 태어난 지 50일.
그 말은 곧 출산한 지 50일이 지났다는 얘기.
글쓰기를 꾸준히 했고, 정신적, 신체적으로 에너지가 바닥나지 않게 애를 썼다.
아기들이 50일간 어떻게 성장했는지 쓰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애들 얘기보단 내 얘길 더 적고 싶었다. 후에 엄마가 너희들과 이렇게 성장했단다 말해주고 싶다.
출산 후 50일.
우선 살이 20킬로가 빠졌다. 아기들 출산하고 사흘 뒤에 몸무게를 재보니 10킬로가 감량되어 있어서 신랑이랑 '실화냐.' 했다. 나 같은 경우는 쌍둥이, 그것도 태반이 두 개인 쌍둥이라 낳자마자 10킬로가 감량되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후에 조리원에서 거의 하루에 0.5kg씩 빠졌다. 결과적으로 총 20kg가 빠진 건데, 그래서 몸이 예전 몸이 되었냐..
아니다. 여전히 10kg 남아있다. (실화냐...)
단유를 했다. 단유를 하기까지 내적 갈등 엄청 심했는데 나와 비슷한 시기에 단유 했다는 사람들의 말이 힘이 되고 위로가 되었다. 자유의 몸이 되어 신랑이랑 기념으로 맥주를 마셨다. 거의 2년 만에 마시는 거라 한 잔만 마시면 취할 줄 알았는데 며칠 전에 마셨던 것처럼 세 잔이나 마셨다.
역시 술이 주는 기쁨은 크.... 말해 뭐 해.
그리고 임신과 동시에 시작된 피부병이나 다름없는 여드름도 단유와 동시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여드름이 외적으로 보기 싫은 건 둘째 치고, 너무 아프고 가려웠다. 지금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그간에 치료하느라 몸고생, 마음고생 많이 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상처들을 보면 속상하지만 어쩌겠어. 쌍둥이 낳은 훈장이라고 생각하는 수밖에. 그런데 아기들아 훈장의 대가가 너무 큰 거 아니니?
희한하게 우리 집 주변에 유모차를 갖고 다니는 엄마들이 눈에 자꾸 띄었다. 그전에도 분명 많이 있었을 텐데 관심 밖이었을 테지. 이젠 엄마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그리고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곳이 어디 있을까 살피게 된다. 이제 정말 애 엄마가 된 것 같아. 아들 둘 딸린 애 엄마라니. 가끔 현실감이 없다.
50일 기념으로 멜론과 사과의 기념 셀프 촬영을 했다. 소품으로 모자랑 양말, 초를 구입하고 나머지는 집에 있는 지인이 선물해준 옷을 활용하기로 했다. 촬영은 순조롭지 않았다. 아가들이 몸을 못 가누어 넘어지고 분유 먹을 타임이 지나서 울고 불고 아수라장이 되었지만 지나고 보니 다 추억이다. 사진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50일의 멜론과 사과가 예쁘고 귀여워서 혹시 돌아가고 싶냐고? 절대, 네버 돌아가고 싶지 않아.
아가들은 최고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나는 마치 짐승 같았던 그 시절. 그립지만 돌아가고 싶진 않다. 예쁜 건 예쁜 거고 힘든 건 힘든 거.
50일 동안 너희도 나도 성장하느라 고생 많았어.
우리 모두 토닥토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