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시간은 참 더디 가는데, 한 주, 한 달의 시간은 참 빨리도 흘러간다. 샤워하면서 문득 '어머 벌써 6개월이 지났네.' 그 짧고도 긴 시간이 머릿속에 하나 둘 스쳐 지나갔다.
산후조리원 20일, 산후도우미 님 한 달, 엄마와의 한 달, 도우미 이모님 한 달, 2주간의 돌보미 선생님 이후 독박 육아 한 달, 지금의 돌보미 선생님까지 5명의 사람이 쌍둥이 육아를 도우며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사이 많이 변했다.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 의존적인 사람을 매우 싫어했다. 누군가 살짝이라도 내게 의지하려 하면 어김없이 거리를 두고 적정선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런 내게 순도 백 프로의 사랑으로, 순도 백 프로 의지하는 존재가 둘이나 생겼으니, 순도 백 프로의 희생으로 그 둘의 생존을 책임져야 했다. (과거형 아님, 현재 진행형)
산후 한 달은 베이비 허니문 기간이라고 해야 할까, 주변의 축복과 축하에 행복감에 젖어 내가 아기를 낳았다는 것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잘 몰랐다. 허니문이 끝나고는 아기를 낳았다는 사실 자체를 회피하려는 모습이 있었다. 그러다 독박 육아를 하는 동안 나 = 애엄마 = 쌍둥이 엄마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때 내 안의 많은 욕구를 내려놓는 과정에서 우울감이 있었다.
한 번은 신랑이 답답해하는 내게 하루 동안 자유시간을 줬다. 출산 후 처음으로 밤에 외출을 해서 딩크족인 친한 언니랑 합정에서 좋아하는 펍을 찾아다니면서 하루 종일 놀았는데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달았다. 아, 나 쌍둥이 엄마지. 난 그냥 아기를 낳았을 뿐인데,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을 줄 알았는데 모든 게 예전 같지 않아. 그 알 수 없는 감정은 슬픔이었다.
그리고 딩크족인 언니와 나의 삶은 달라지고 관계도 예전 같지 않을 것임을 우리 둘은 말하지 않았지만 알았다. 애정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의 문제인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어찌할 바를 몰라 잘 놀고 집에 와서 엉엉 울었다.
하지만, 요즘은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멜론과 사가 미치도록 이쁘다. 이제야 사람들이 왜 둘째를 낳는지 아니, 근본적으로 왜 아가를 낳는지 알 것 같다. 살면서 누가 내게 이런 순수한 사랑을 주고 확신을 줬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다. '엄마가 날 돌봐줄 거라는 걸 나는 알고 있지.'라는 확신이 아기들 눈빛에 보인다. 내게 순도 백 프로의 사랑을 주고 확신을 갖고 있는 존재가 있다는 거 겪어 보지 감정. 이 감정은 기쁨이었다. 하루하루가 아쉽고 벌써 그립다.
라고 쓰고 매일이 행복했으면 좋겠지만 또 넘어지는 날도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