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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zoos Oct 14. 2019

언젠가는 그리워할 지금

흥과 끼를 내려놓고 육아를 합니다 

20대 때 원 없이 놀았다. 다양한 나라로 혼자 여행을 다니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흥이 많아서 다양한 클럽도 다녔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내 돈'을 쓰는 재미를 느껴 온전히 나를 위한 삶을 살았다. 30대 땐 신랑과의 알콩달콩 신혼생활을 보내고, 매해 여행을 다니면서 즐거운 생활을 보냈다.


그러던 내가 임신과 출산 후 푸석푸석한 피부와 숭숭 빠져 잔디가 되어버린 머리를 하고 아기를 안고 있다. 체중 증가로 예전에 입던 옷은 안 맞고, 몸에 맞춰 새로 산 옷들은 내 취향이 아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사진 (셀피, 파파라치 컷) 한 장 건지기 힘들다.


또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숨 막힌다. 육아를 하면 당연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은 게 당연한 건데, 그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았다. 흥과 끼를 다 내려놓고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다. 사실 놀 힘도 없으나 20대로 돌아가 클럽 한번 다시 가보고 싶다. (현실은 배철수의 음악캠프 틀어놓고 춤추며 육아하는 아줌마.)


여행을 가고 싶고, 친구 만나서 좋은 장소에서 좋은 음식 먹으면서 수다 떨고 싶다. 다양한 샵을 구경하고,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멍하게 구경도 하고 싶다. 광화문에 있는 영화관에 가고 싶고 전시회를 보고 싶다. ‘누구야. 우리 어디서 만나자.'하고 약속을 잡고 싶다. 이제 그런 삶을 당분간 포기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슬프다.


그러나 20대 때는 화려했지만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따라다녔다. 반면 지금은 그때의 외로움과 반대되는 행복이 우리 집에 있다. 아가들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나를 절제하고, 제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특히 게으른 나를 부지런하게 하고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아기 성장발달에 따라갈 수 없다. 매달 맞춰야 하는 예방주사, 정기 검진, 기저귀, 분유, 손 세정제, 섬유 세제, 섬유 유연제, 물티슈, 젖병 세정제 등등의 여부를 늘 체크해야 한다.)



출산 전에 '아기 낳으면 너 이제 죽었다.' 조금 키우고 나면 '그래도 누워 있을 때가 편해. 기기 시작하면, 걷기 시작하면 더 힘들어진다고.'  등등 겁주는 사람들이 있었는가 하면 '아기를 낳으면 엄청난 기쁨이 찾아올 거야.'라고 말하던 소수의 귀인들이 있었다. 지금 나는 너무 힘들지만,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기쁨을 매일 체험한다. 감당 못할 만큼의 소중한 존재가 한 번에 둘이나 생겼다. 매일 하루가 다르게 크는 아가들을 보며 '누군가를 책임지는 삶'은 얼마나 보람 있는 일인가 생각한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지금의 삶을 귀히 여기자고. 과거의 화려한 삶과는

비교가 안 되는 기쁨이 있다고. 언젠가는 분명 그리워할 지금을 불평만 하면서 헛되이 보내지 말자고.



귀여운 통통이 발



너네 지금 뭐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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