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차가 있다.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 남편이 휴가를 하루 내고 그날은 그가 육아를 한다.
그러면 난 하루 동안 육아 및 집안일에서 손을 떼고 휴가를 만끽한다. 근사한 장소에서 사랑하는 친구와 좋은 음악을 들으며 끝없는 대화를 한다. 물론 맛있는 음식, 술과 함께.
친구가 묻는다. "쌍둥이 눈에 밟히지 않아?"
어쩌지... 진심으로 눈에 안 밟힌다. 물론 울 아가들이 얼마나 예쁜지 사진을 친구한테 보여주고 자랑도 한다. 근데 그게 끝. 애들이 눈에 밟혀 집에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든다.
이기적인 엄마일지도 모르지만 최선을 다해서 그 시간을 즐긴다. (노는 거 젤 잘하는 사람)
'얘들아. 아빠랑 잘 놀고 있지? 엄마도 엄청 잘 놀고 있어' 하는 마음이랄까. 괜히 나가서 어정쩡한 마음으로 있고 싶지 않다. 남편이 나를 신뢰하는 것처럼 그가 애들을 잘 케어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그날은 서로 절대 노터치.
월차 제도가 처음부터 있었던 건 아니다. '한가한 날 하루만 시간 빼주면 안 돼? 좋은 데 가서 친구랑 놀고 싶어.'로 자연스럽게 시작되었던 것이 반복이 되면서 루틴화 되었고 월차 개념으로 바뀌었다.
회사처럼 날짜를 정할 수는 없고 남편과 친구의 스케줄에 맞춰 평일에만 날을 잡아야 하니 날짜를 정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일단 정해지면 그날을 기다리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육퇴 후 월차 때 어디를 갈지 검색을 하곤 하는데, 평소 가고 싶었던 곳을 캡처하면서 흐흐 웃는다.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어린왕자의 명대사처럼 월차 날 보다 정작 그날을 기다리는 게 더 행복하달까. 힘든 쌍둥이 육아의 한 줄기 빛 같은 주부 월차.
앞으로도 월차를 잘 챙기려고 한다. 나란 사람은 한 번씩 나가줘야 건강하게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