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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inezoos Oct 24. 2019

인정받는 건 지겨워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단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좌우명을 적어서 오라는 숙제를 내준 적이 있다.
엄마한테 나 좌우명 뭐 해?라고 물으니 엄마가 정해주셨는데 '어디서나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였다. 난 정성스레 붓으로 '어디서나 인정받는 사람이 되자!'를 써서 리본 끈으로 엮어 방에 걸어두고 마음에 새겼다.

그때는 저 좌우명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잘 몰랐다. 엄마도 잘 몰랐을 것이다. 어린 딸이 어디서든 인정받고 잘 커줬으면 하는 부모의 심정. 아니면 사실 그건 엄마 삶의 좌우명이었을 것이다.

초, 중,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생이 되고 직장인이 되어서도 나는 어디서나 모두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 몸부림쳤고 결과적으로 너무 외로웠다.

쌍둥이가 태어나기 몇 해 전 봄이었다. 연희동 카페 <여름>을 신랑과 강아지와 함께 놀러 갔다. 그곳에서 어떤 귀여운 꼬마 손님을 만나게 되었다. 부모님 없이 혼자 와 있었는데, 카페 단골로 사장님과 꽤 친한 사이로 보였다. 강아지를 만져보고 싶다고 와서 나랑 대화를 꽤 나누다 어느덧 옆으로 옮겨 앉아 자기 그림 수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꼬마 손님의 그림
소녀의 그림 수첩




그림을 찬찬히 보다가 한 그림에서 멈춰서 물었다.


"이건 돌고래야?"
"네. 돌고래예요. 이모는 알아보시네요. 이거 알아보는 사람 아무도 없었거든요. 다들 상어 아니면 물고기냐고 했었는데..."
"정말?"
"한 사람만 알아주면 되죠. 아무도 몰라줘도 한 사람만 알아주면 돼요."

8살 남짓 된 아이 입에서 나온 말에 순간 몸과 마음이 띵했고 그 아인 정말 반짝반짝 빛나서 여름날의 햇살 같았다. 나도 이젠 좀 내려놓고 싶다. 인정받는 삶. 어디서든 모두에게 인정받는 삶을 살아가는 건 너무 외롭고 지겹다.



울 쌍둥이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세상은 넓고 많은 사람과 만나게 될 거야. 그중엔 너희를 인정하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거란다. 그러나 엄마는 너희의 삶을 응원하고, 한결같이 사랑할 거야. 모두에게 인정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돼. 엄마가 늘 같은 자리에 있을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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